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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익지 않은 벼



지난 밤, 친구 D와의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 :

삼삼오오 모여있는 옆 테이블에서 기타와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어떤 초로의 아저씨의 서툴기 그지없는 연주와 노래다. 감사의 뜻으로 꼬막 한 접시를 건냈더니 금방 막걸리 한 주전자가 답례로 돌아온다.

우리에게 합석을 권하더니 나와 친구 D에게 직업을 묻는다. 그리고 합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아저씨는 말을 놓기 시작한다. 술기운에 그분의 똥기타를 끄적거렸더니, 이 아마추어 아저씨가 내게 한 수 가르친다. "두 번째 손가락은 그렇게 굴리는 게 아냐." 이 무상의 레슨에 감동 받는다.

어떤 노래에 관한 얘기를 하는 도중에 친구 D가 그다지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라고 말하자 그 아저씨가 일행들에게 말한다. "쟤는 음악을 몰라. 저리 가라고 해." 경력 20년의 프로뮤지션은 그렇게 자리에서 물러난다.

교훈 :
익지 않은 벼는 고개가 빳빳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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