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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3년 후



친구랑 술 마시다가 이런 얘기를 했다.
"난 3년 뒤에 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문득 들은 생각이다. 40년 넘게 살아보니 삶이라는 게 내가 의지하는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의지대로 되기는 커녕, 불가항력적인 그 무언가에 의해 늘 비틀리고 흔들린다.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제목의 책도 있지만, 내 생각에 어른이 되어도 흔들림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달리 생각하면 흔들리지 않는 어른이란 꼰대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아님 말고.)
3년 후의 삶의 모습이 궁금하다는 것은 현재의 삶이 미래완료적으로 고스란히 진행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의 표출이기도 하다.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능히 예상할 수 있는 삶이란 안정적인 것인 동시에 지루한 것이기도 할 테다. 변화를 긍정하면 숨통이 트이기도 한다.

진심으로 3년 뒤의 모습과 내게 주어질 환경이 궁금해진다. 불끈불끈 생에의 의지가 발동한다.
힘들어도 조금은 더 살아봐야겠다.

술이란 훌륭한 것이다. 이런 오글거리는 멘트도 과감하게 지껄일 수 있으니.


                      -201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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