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메모

국민을 관두다

Snufkin 2014. 4. 18. 22:32


"가령 더는 민주적일 수 없을 만큼 민주적인 국가라 하더라도, 실제로 그 나라는 특정 소수의 사유물이거나 거의 사유화된 동산이나 부동산이다. 대다수 국민은 국가가 흘린 부스러기를 먹으며 살 뿐이다. 즉, 국가는 불특정 다수인 국민 따위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다."

"양처럼 온순하게 처신하는 국민을 보며 한층 국민을 우습게 여기게 되었을 것이다. 어떤 얼토당토않은 짓을 한들 불같이 화를 내는 일은 없다는 확신은 공안을 유지해야하는 국가 담당자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었을 것이다."

                                                                            -마루야마 겐지

 

 

 

성수대교 붕괴 20주년이란다.
성수대교가 붕괴했던 그날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후배 XX진이가 당시 2층에 있었던 XX현의 자취방에 찾아오며 말했다.
"성수대교 무너졌대요."
이렇게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뻥치지마!"

이후 거짓말 같은 일이 백화점에서도 일어났다. 친구가 그 소식을 전했을 때의 반응은 "설마…"였다.
물론 건물이 무너졌던 것이 그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1970년의 와우 아파트 붕괴 사건도 있었다. 다만 그 사건은 기억에 없을 뿐이다.
얼마전에는 리조트 붕괴….

그 외에 대구 지하철 참사, 용산 참사….


얼마전에 법륜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왜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걱정하느냐고.
미래를 안심하기에는 대한민국이 1번 어뢰처럼 너무나 허술하다.

 

 

 

 

징역 2697년.
이탈리아는 책임 방기에 의한 과실치사에 미필적고의를 적용하여 무겁게 처벌한다고 한다. 책임 무거운 줄 아는 나라다. 우리나라는 계모가 어린아이 갈비뼈를 10개 넘게 부러뜨려도 "칼 같은 흉기를 사용한 것이 아니므로 살인의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잘나신 판사 나리가 말하던데.

우리나라는 관용이 넘친다. 미성년 성폭행, 아동학대, 국기문란 사건 등에 대해.
원수를 사랑하라, 뭐 그런 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건가?

<넘버3>의 마동팔 검사의 말이 생각난다.
"죄가 무슨 죄냐? 그 죄를 저지른 사람놈 새끼가 죄지."


아, 정말 국민이기를 관둬야 하나.

 

 

 

 

좋아하는 소설 중에 <남쪽으로 튀어>라는 제목의 일본 소설이 있다.
이런 대목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나는 국민을 관두겠어."
"예?"
"일본 국민이기를 관두겠다고. 애초부터 원했던 일도 아니었으니까."
"어디 해외로 이주하시려고요?"
"내가 왜 해외에 나가? 여기 거주한 채로 국민이기를 관둘 거야."
"그게 대체 무슨 농담이세요?"
"농담이 아냐. 오래 전부터 일본 국민을 관둘 생각이었어. 오늘이 바로 그 날이야."

어뢰 1번, 간첩…이런 건 '척척' 만들면서 정작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척'만해도 지지율이 좋나 높은 빅브라더…, 아니 빅시스터의 아마추어 국가에서 살다보니 때로는 한국 국민을 관두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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