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리뷰

사일런스

Snufkin 2017. 2. 28. 22:21



<깊은 강>으로 유명한 일본의 작가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영화화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사일런스>.
1600년대, 선교를 위해 일본에 파견된 포르투갈 신부의 배교를 소재로 했다. 소재는 기독교적이지만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십계>나 <성의>와 같은 '기독교 영화'는 아니다(<깊은 강>에서 설핏 보이는 범신론이나 불교의 내음으로 보건대 엔도 슈사쿠라는 작가가 단순한(?) 기독교적 소설에만 머물리가 없으니까. 게다가 마틴 스콜세지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을 만든 감독이 아닌가).
작가는 기독교 신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그에 따르는 고통을 외면하는 신의 '침묵'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모양이다.


기독교 억압의 주체인 일본의 고위 관료들이 포르투갈 신부를 체포한다. 그리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미 배교를 선택한 농부들의 목숨을 걸고 신부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신부가 배교를 선택한다면 농부들의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것.
신부는 첨예한 갈등에 직면한다. 자신의 신앙을 버리지 않으면 농부들이 죽는다. 만약 저들이 배교를 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신앙에 대한 고수는 다른 관점에서 보건대 저들을 천국에 보내주는 일이 되므로 갈등의 정도가 조금은 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배교를 한 상태에서 자신의 신앙을 고수하는 일은 저들을 무의미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길일 뿐이다. 
어떤 선택이 신의 뜻일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문득 이 말이 생각난다.

부처를 만나려면 부처를 죽여라.



나가사키 소재의, 엔도 슈사쿠를 기념하는 문학관 한 귀퉁이의 비석에는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문구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인간이 이토록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나 푸르릅니다
ㅡ침묵의 비(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