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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먹사

 

 

가끔 집에 '여호와의 증인'분들이 다녀가신다.

물론 이런 건 내겐 헛수고다. 나는 이 분들의 전도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문전박대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되기에, 그분들이 건네주는 전단지는 일단 받기는 한다. 비록 읽지는 않아도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10원의 1/10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여호와의 증인'은 이단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난 '이단'이란 말에서 풍기는 배타적 독단의 냄새 때문에 그런 논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그들이 아닌 소위 정통 교파가 와서 나를 설득하려 한들 내 태도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이처럼 머리가 딱딱해진 한 명의 성인(成人)을 전도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반면에 다수의 성인들로 하여금 영원히 등돌리게 하는 일은 아주 쉽다. 특정 단체의 수장(首長)들의 비행(非行)이 반복될 경우, 그 단체에 대한 뭇 사람들의 심리적 이탈은 기하급수적이 될 테니까. 이 얘기인즉, 일반 신도들이 한 명 한 명 따라다니며 열심히 전도한 사람들의 머릿수에 비해 불신(不信)이 고착되는 사람들의 수가 훨씬 능가하는 걸 의미한다. 고위직이나 성직자들에게 일반인에게보다 높은 윤리적 잣대가 요구되는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을 거다. 무거운 자리에 부가되는 무거운 책임. 

 

(뭐, 물론 나처럼 불신의 이유를 먹사들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목사 아닌 '먹사'로 인해 확산되는 불신감을, 일반 신도들의 '전도'라는 형식의 노력으로 과연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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