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한 선배님이 상을 당하셔서 XX병원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덕분에'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지만, 어쨌거나 오랫동안 뵙지 못했던 선배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고인의 사인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던 도중에 50줄에 들어선 한 선배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난 대체 어떤 병으로 죽게될까? 정말 궁금해."
내가 대답했다.
"뇌졸중이나 암, 혹은 심장 질환…뭐, 대충 이런 것들 중 하나가 아닐까요?"
맞은 편에 앉아있던, 한의사인 한 후배가 부언한다.
"뭐가 되었든, 병이 들어 죽는다는 건 확실하죠."
쇠퇴기의 중세만큼 그렇게 죽음에 대한 생각에 큰 강조와 감동을 부여한 시대는 달리 없었다. 그 시대에는 끊임없이 삶 속에서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는 호소가 메아리친다. <귀족들의 생활 방침>에서 드니 르 샤르트뢰(Denis le Chartreux)는 귀족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충고한다.
"침대에 누울 때는 늘 이것을 생각하라. 잠자리에 들듯이, 그대는 곧 다른 사람들에 의해 무덤에 들게 될 것이다."
-요한 호이징가, <중세의 가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