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상 메모

100만 원짜리 패딩

 

 

요즘엔 <노스페이스>도 한물가고, 시가 100만 원짜리나 하는 뭐시기 패딩이 유행이라고 한다. 똑같은 제품의 패딩을 입고 있는 한국 한생들을 어느 외국인이 처음 보았을 때 그는 그것이 구호품인줄 알았다고 한다. 문화평론가 하 모 씨가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 얘기다.


유명 패딩을 입는 이유들 중 하나는 아마도 그것을 못 입은 타인에 대해 배타적 우월감을 지니기 위함일 테다. '구호품'으로 보는 외국인들이 그것을 정신적 자위행위라고 생각하든지 말든지.

주문하여 받은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 <글 쓰며 사는 삶>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내가 방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흰색으로 칠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롭은 집으로 걸어 들어가서 벽의 위치를 바꾸고, 지붕을 올리고, 벽을 뚫어 창을 새로 낸다. 앨버커키에 있는 그의 집은 방문할 때마다 형태가 바뀌어 있었다. 그는 건물이라는 구조를 악기처럼 연주한다. 나는 벽을 영원히 무너뜨릴 수 없는 대상으로 보지만 그는 벽의 위치를 바꾼다. 그것이 예술가가 자신이 사용하는 매체와 맺어야하는 관계이다.

라디오 방송의 내용과 이 글이 중첩되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단상 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악보집  (0) 2014.01.02
나만의 레시피  (0) 2013.12.14
Memento Mori  (0) 2013.12.04
기원전 44년  (0) 2013.11.20
먹사  (0) 2013.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