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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100세 시대

 

                                                                             "소년에서 거장으로."

 

 

세상에는 개똥같은 얘기가 더럽게 많지만 그중 하나만 언급하면 '100세 시대'라는 말이다.
최장수 국가들 중 하나라는 일본의 남성 평균 수명이 87세 '밖에' 안 된다. 그러니 뻥 튀기지 좀 마라.

<조화로운 삶>의 스코트 니어링은 평생 유기농 채식주의와 자연주의의 삶을 살다가 100세가 되었을 때 기력이 떨어져 더 이상 노동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자 금식을 하여 스스로 삶을 중단시켰단다. 그런데 공기 더러운 곳에서 온갖 스트레스에 노출된 채 살며 온갖 가공식품을 먹는 도시인들이 100세를?

설령 운이 좋아 100세까지 산다고 치자. 요즘같은 세상에 설령 60세에 정년퇴직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자식 교육시키고 자신의 여생 40년을 버티려면 일할 수 있을 때 '빡쎄게' 돈을 긁어모을 수밖에 없다. 예외가 아닌 이상 그 축적에는 희생이 따른다. '본래적인' 삶이 아닌, 의도하지 않은 배금의 삶이다.

게다가 그쯤되면 친지들은 물론, 어쩌면 자식마저 이미 밥숟갈을 놓았을 텐데, 그 고독함은 어쩌고?

모든 걸 제껴놓더라도 불운하게도 '거장'이 될 기회조차 갖지 못한 무수한 '(청)소년(녀)'들의 요절을 생각하면 100세를 희망하는 것조차 일종의 '오버'처럼 느껴진다.

19세기 조선 왕의 평균 수명이 40 중반이었다고 하니, 평민은 아마도 40세에도 못 미쳤을 듯 싶다. 불과 한 세기만에 'X2'가 된 거다.

몇 년 전에 간만에 만난 한 친구로부터 이런 얘길 들었던 기억이 난다. 네 자식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다른 건 바랄 게 없고…그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하고…사고나 병으로 일찍 죽지 않고 아쉽지 않을 정도의 나이까지는 사는 것."
그래서 물었다. 대체 어느 정도를 살면 '아쉽지 않을 정도의 나이까지는 사는 것'이 되느냐고.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한 40세 정도면 나름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전혀 납득을 못하겠는데. 당시에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100세를 말하는 세상에서 겨우?
그 친구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요즘에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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