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10월의 마지막 날이라 배리 매닐로우의 <When October Goes>를 들었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거리를 걸으니 붉은색 가로수들의 음영을 통해 가을이 정점에서 내리막길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11월이 시작되자마자 비가 내린다.
문득 20여 년 전에 처음 들었던, Gun`s N Roses의 <November Rain>이 듣고 싶어진다. 그리 오래전의 곡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데 벌써 20여 년이 지났다.
스무 번의 가을이 지나간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November Rain>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으로는 슬래쉬가 연주한 간주의 기타 솔로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그해에 '팬들이 뽑은 기타 솔로' 1위에 선정되었다는 얘기를, 지금은 폐간된 <뮤직랜드>라는 월간지에서 본 기억이 있다. 역시 사람들은 화려한 기교보다는 서정성을 중시하는가 보다. 나 역시 간주의 기타 솔로를 자주 듣곤 했는데, 깁슨 기타의 아름다운 톤도 좋지만 무엇보다 서정적이고 친근한 멜로디 때문이었다.
황무지 한 가운데에 세워진 교회(아마도 세트일 듯) 앞에서 연주하는 슬래쉬의 후까시(?)는 지금의 내 나이라면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웬지 멋지다. 바람에 휘날리는 파마 머리, 꼬나문 담배, 쩍벌 자세 등…요즘 애들 말로 '간지 짱~!'
Gun`s N Roses의 보컬리스트였던 액슬 로즈(Axl Rose)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
당시 액슬 로즈와 Nirvana의 보컬리스트였던 커트 코베인(Curt Cobain)은 가히 사이가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음의 내용을 보자.
1992년 9월이다. MTV 어워즈를 막 끝낸 커트와 코트니(커트 코베인의 처, 롹밴드 The Hole의 보컬리스트)가 무대 뒤에 있다. 그들은 롹의 전통인, 콘서트 뒤에 이어지는 질탕한 파티에서 자리를 빛내고 있다. 커트는 지치고 긴장한 모습이다. 너바나 초창기에 그의 페르소나를 특징지었던, 무표정한 얼굴과 슬쩍 사람을 웃기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데이브 그롤(Nirvana의 드러머)와 크리스 노보셀릭(Nirvana의 베이시스트)은 다른 사람들과 뒤섞여 즐거워하며 투어나 시애틀 얘기를 주고받는다. 긴 하루였다. 그들은 MTV가 너바나의 공연을 좌우하려 했기 때문에 행사 참가를 거부하려고 했다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꿔 쇼에 나간 것이었다. 코트니는 한 손에 프랜시스 빈(커트와 코트니의 딸)을 꼭 안고 차려놓은 온갖 음식을 다른 사람과 한번씩 먹어보고 있다.
"아이가 커트를 빼닮았네요. 하지만 성격은 당신을 닮았나봐요." 사운드가든(Sound garden)의 멤버 한 사람이 코트니에게 말한다.
코트니는 롹스타처럼 보이지 않는다(밴드의 명령에 따라 공연 매니저가 군중 속에서 발탁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리고 무대 뒤에서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제발 여기서 빨리 나가자." 커트가 코트니에게 말한다. 큰 목소리가 사람들 귀에 울린다. "여길 뜨자. 이 북새통을."
하지만 코트니는 못 들은 채한다. 코트니는 스타들을 구경하느라 넋이 빠져 있다.
"액슬, 액슬, 이리 좀 와봐." 코트니가 저만치 있던 건스 앤 로지즈의 리더 액슬 로즈를 보고 불렀다.
"우리 아이의 대부가 되어 주겠어?" 코트니가 물었다.
액슬 로즈는 LA음악계에서 자주 마주치는 코트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코트니를 '사기꾼' 계집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물론 그는 커트도 좋아하지 않았다. 커트는 건스 앤 로지즈의 성 차별주의나 동성애 혐오증을 곧잘 공격하였고, '불쌍하고 능력 없는' 밴드라고 헐뜯었기 때문이다. 액슬은 커트를 싫어하면서도 언젠가 너바나에게 자기들과 함께 투어를 하자고 제안했다가 보기좋게 퇴짜 맞았다.
액슬로즈가 자기 심복들과 함께 어슬렁거리며 커트에게 다가온다. 마치 한판 붙기라도 할 것 같다. 그가 기분이 나아진 듯한 커트에게 말한다.
"네 마누라나 못 떠들게 해. 안 그러면 너를 길바닥에 때려눕혀주겠어."
커트가 코트니에게 몸을 돌려 말한다.
"조용히 해, 이년아!"
뮤지션들과 음반 산업계 인사들이 코베인 부부와 액슬 로즈 주위에 몰려들었다. 구경꾼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코트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드디어 자기에게 집중되자 기분이 좋아졌다. 액슬 로즈도 만족스러운 듯 자기 무리를 이끌고 몸을 돌렸다.
"나는 그가 기대했던 대로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그는 내가 코트니에 맞서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하고 커트가 나중에 말했다.
-이안 핼퍼린, 맥스 월레스 공저<Who killed Kurt Cobain>중에서
위 저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커트 코베인과 액슬 로즈의 사이는 꽤나 불편했던 모양.
액슬 로즈의 절친 중에는 영화 배우인 미키 루크(Mickey Rourke)가 있다. 하루는 미키 루크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인 <더 레슬러(The Wrestler)>에 건스 앤 로지즈의 곡을 삽입하고 싶은데 괜찮겠느냐고 액슬 로즈에게 물었단다. 친절한 액슬 로즈는 단 한 푼의 저작권료도 받지 않고 자신들의 힛트곡인 <Sweet child O`mine>의 사용을 허락했다고 한다.
이참에 간만에 한번 들어보자. 그들의 1987년 데뷔 앨범에 수록되어 빌보드 챠트 1위까지 한 곡이다(참고로 그들의 데뷔앨범은 3천5백만 장을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이 곡만 들어도 알 수 있지만, 건스 앤 로지즈는 사실 커트의 말처럼 '불쌍하고 능력 없는' 밴드는 절대 아니다. 이 곡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슬래쉬의 기타 솔로에서의 멜로디 감각은 역시나 훌륭하다.
남무성의 <만화로 듣는 올댓록>중에서.
"뱀이냐." 이거 보고 빵 터짐.ㅋㅋㅋㅋ(아래 영상과 비교)
어쨌거나 액슬 로즈의 친절과 우정에 고마움을 느낀 미키 루크는 영화 <더 레슬러>의 한 장면에서 대본에도 없었던 다음과 같은 대사를 추가함으로써 답례를 한다. 랜디(미키 루크 분)가 캐시디(마리아 토메이 분)와 함께 술집에서 80년대의 롹음악(헤비메틀)을 들으며 담소하는 씬이다.
“음악은 역시 80년대가 최고지. 90년대 음악들은 마음에 들지않아. 커트 코베인이 모든 것을 망쳤어.”
제 65회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더 레슬러>
사족 : 개인적으로는 커트 코베인이 롹음악을 망쳐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80년대 롹음악 특유의 정교한 맛은 없지만, 너바나의 음악은 그 나름대로 매력적이다.
남무성의 <만화로 듣는 올댓록>중에서.
너무 잘 그렸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