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내용을 보니 생각나는 게 있다.
예전에 독일에 유학 갔다 온 어느 기타리스트 분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한국은 진도가 너무 빠른 것 같아요. 독일에서는 로망스(Romance de Amour) 치려면 2년은 걸리는데."
아래의 곡 얘기다.
이런 얘기도 덧붙였다.
"거기서는 일 년 내내 단선율 치는 연습만 합니다."
이분의 말이 어느 정도까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예전에 학원에서 일할 때 어느 학부형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은 기억은 확실하다.
"아니, 우리 애가 기타를 배운지가 벌써 6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어떻게 로망스밖에 못 쳐요?"
한국에서 기타의 <로망스>는, 피아노로 말하자면 <엘리제를 위하여>일 거다. 일단 배우면 '개나 소나' 다 치는 곡. 아니, 내 생각에 체감(?) 난이도의 정도에 상관없이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의 절반의 절반 정도만 들여도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E장조 부분의, 5프렛에서부터 9프렛까지 손가락을 벌려야 하는 A코드 폼은 손이 크지 않은 한 요령을 알지 못하면 잡게에 너무 어려울 뿐더러, <a-m-i>아르페지오에서 마지막 i 손가락을 퉁기는 순간까지 왼손의 운지를 유지하되 다음 포지션으로 음의 끊김 없이 이동하는 건 용이한 일이 아닌데도.
그러나 그 학부형의 불만은 단순히 이런 음악적 무지에 기인한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일 년 내내 단선율만 퉁기고 있는 자식을 바라보는 독일 학부형은 단선율만 퉁기는 것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저 참고 있는 것일까?
물론 독일 전역이 모두 다 그런 건지는 내가 알 수는 없는 일이니 어쩌면 일반화의 오류에의 가능성도 없잖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 6개월 '씩이나' 배웠는데도 '아직도' <로망스>도 못 치냐고 따지는 학부형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어쨌거나 한국에서는, 피아노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기타에 대해서만은 위와 같은 조급증을 보이는 학부형들이 적지 않다. 물론 이런 조급증을 오로지 그들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기타 1개월 완성>이라는 따위의 상술로 학생들을 끌어모은 건 과연 누구였더라?
장담하건대. <기타 1개월 완성>을 내건 주체는 경력이 얼마가 되든 그 역시 기타(연주)를 '완성'하지 못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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