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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Guitar Music

The whole nine yards

 

 

 

 

 

 

음악노트 :

 

Ryo Yoshimata 작곡의,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주제곡.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한 영화 음악들 중 하나. 2003년 11월에(벌써 10년 전이다.....) 기타 독주곡으로 편곡, 녹음 되었다. (대개 그랬듯이) 저가의 슈어 마이크와 안토니오 마린 몬테로 기타를 사용했다. 역시나 고음 음질이 차가운 것이 아쉽다.

편곡한 곡들 중에서 마음에 안 든 것들 중 하나. 아마도 두 번 다시 이걸 연주할 일은 없겠지.

 

이 편곡에서 아쉬운 점은 다음과 같다.


1. 저음 음가의 지속을 위해 고음의 선율을 옥타브 하모닉스 주법으로 처리한 게 있는데, 이 경우 이어지는 natural 톤과의 음색 차이를 유발하므로 그다지 바람직한 건 아니다. 차라리 저음부의 음가를 희생하더라도 선율 음색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2. 원곡의 전위화음에 충실했어야 했다. 운지의 원할함 때문에 그랬는지, 아니면 무신경한 청취 때문인지는 잘 기억에 나지 않지만, 전위화음을 원형 화음으로 단순화한 점은 아쉽다.

3. 원곡의 A부분 말미에는 IVm의 화음이 쓰이는데, 어떤 일인지 그 화음을 누락하고 말았다....



 

 

 

 

원작소설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이하게도 이 작품은 두 명의 작가에 의해 1인칭으로 쓰여졌는데, 남자 주인공 시점은 츠지 히토나리가, 여자 주인공 시점은 에쿠니 가오리가 담당했다(파란 책은 츠지가, 빨간 책은 에쿠니가 썼다). 내용은 단순하다. 어떤 연인이 있었다. 헤어졌다. 각자 떨어진 채 잘 살다가 30세가 된 어느날, 문득 20대 초반에 했던 약속-여주인공인 아오이의 30세 생일이 되면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떠올리고 두오모 성당으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기적의 재회. 끝.

 

어쩌면 작가란 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한 얘기를 창조해내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대개 무시하고 마는 소소한 일상의 디테일을 포착하여 세공하는 테크닉을 지닌 사람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묘사의 힘이랄까.
(물론 기적의 재회가 소소한 일상은 아니다만....)

 

 

 

 

 

 

츠지 히토나리가 쓴 인상적인 지문 :

사흘 동안, 우리는 필사적으로 8년이란 세월을 메우려 했다. 지칠 줄 모르고 서로를 탐하고 입을 맞추었다. 말이 막히면 서로를 안았다. 8년은 너무 길었다. 그래서 있는 힘을 다해 헤엄치려 했지만, 결코 며칠 사이에 넘을 수 있는 강은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아오이가 8년 전의 아오이와는 다른 사람임을 깨닫는 데 고작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얼굴도 목소리도 몸도 옛날과 다름없었지만, 거기에는 뭔가가 빠져있었다. 어딘가 구멍이 뚫리고 틈이 생긴 것 같았다. 바로 그것을, 복원사인 내가 찾아내어 어떻게 복원시킬 것인가를 신중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했다.

에쿠니 가오리가 쓴 인상적인 지문 :

 

돌아본 쥰세이의, 기억 속보다 야윈 볼, 숨이 멈추는 줄 알았다. 피렌체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두오모의 꼭대기에서. 부드러운 저녁 햇살 속에서.

......(중략)...........
비현실감.

그건 말그대로 비현실감이었다. 빛 속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하고, 하지만 그것이 환상이 빚어내는 빛의 숭고함이란 것을 우리는 둘 다 알고 있었고,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환상이 빚어내는 빛. 그것은 일몰 같은 숭고함으로, 우리의 온 몸을 구석구석 채웠다.

                                                     

 

 

사족 : 작금에 이 음악을 들으면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이 연상되기 보다는 "우리 이제 헤어지자."는 대사가 먼저 생각난다. 이게 다 <개그 콘서트>의 <생활의 발견>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내가 작곡가라면 코미디 프로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는 건 거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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