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7일. 하네다 공항 도착.
이타바시혼초에 있는 저렴한 숙소로 출발.
근데 동네 이름이 王子.....
숙소에서 내려다 본 주택가. 집들은 비교적 작지만 깨끗하다.
해가 저문 직후의 시부야.
시부야에서 깨달은 것 : 적어도 도쿄에서만큼은 '남남북녀'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것. 현대의학의 힘이든 어쨌든.
일본에 와서 이걸 안 먹을 수는 없다. 라멘(ラーメン)!
근데 어느 지방 라멘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어쨌거나 おいしですね~
근데 좀 짜다.....
다시 시부야의 밤 문화....아니 밤 거리로.
아야세 하루카의 화장품 광고.
그녀의 발칙한 영화,<가슴배구단(おっぱいバレ-)>이 기억난다.
중딩 배구단원 학생들이 "시합에서 1승하면 슴가 보여주세요."라고 요구하자
벙찐 고문 쌤.
(남자)관객은 시종일관 중딩들의 관점을 존중하여 그들과 혼연일체의 마음으로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되는데, 결국 おっぱい는 見かけない.......
(어쨌거나 아야세의 미모는 역시 <호타루의 빛>이나 <싸이보그 그녀>에 출연했던 2007~8년 즈음에 가장 빛을 발했던 것 같다. 2010년 이후엔 너무 다이어트를 많이 했는지 그닥....)
<싸이보그 그녀>의 한 장면
시부야의 서점+레코드 가게에서. '카라'의 음반도 보이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도 보인다(사실 일본어가 짧은 탓에 이것밖에 안 보인다....).
다시 거리로.
건물에 부착된 대형 모니터에서 '드래곤 애쉬'의 뮤직비디오가 나온다.
타워 레코드로 향하는 길에 한 컷.
아마도 라이브 하우스인 듯.
쇼윈도우에 진열된 거지 같은(?) 기타.
여기가 타워레코드.
그리고 이곳에서 재일교포 소해금 연주자 하명수 씨를 만났다. 이것이 도쿄를
찾은 이유.
30대 중반을 넘긴 하명수 씨는 동안(童顔)의 지존이었다.....
'소해금'이란 북한에서 전통악기인 해금을 개량한 악기다. 서양의 현악기들처럼 현 뒤에 네크를 부착하여 서양음악의 연주에도 아주 유리하다.
아래 사진 참조.
하명수 씨와 나, 그리고 후배 T군과 함께 전철이 다니는 고가의 바로 아래에 위치한 주점, <도리킨(とりきん: 鳥金)>에서 한 잔. 이곳 역시 재일교포 분께서 운영하시는 곳이란다.
일본의 가게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아담한 가게지만 손님도 많고 분위기도 너무 좋다.
역시 아담한 가게가 술맛이 제대로 나는 법.
도쿄에서 김치와 막걸리를 먹을 수 있을 줄이야...게다가 김치는 왠만한 한국의 음식점보다 더 맛있다. 왠만한 일본인들도 이제는 김치를 아주 잘 먹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일드 <고독한 미식가>에서 주인공 아저씨가 불고기와 곱창(일본인들도'부루고기(?)'와 '곱창'이라고 발음한다)을 먹는 걸 본 적이 있다. 이젠 우리와 마찬가지로 얘네들에게서도 마늘 향기가 날 것 같다. 좋은 현상이다.
새벽 1시에 헤어지고 난 후, 애초에 예약해 두었던 이타바시혼초의 숙소는 포기하고
시부야에 있는 모텔(일명 ラブホテル)에서 1박을 하기로 결정. 참고로 동침...아니 동행 상대 '후배 T'는 남자다......
모텔 근처 편의점에서 판매중인 만화책들. 원피스, 벡, 카이지 등...아, 너무나 익숙하고 친근하구나.
땅값이 비싼 도쿄라서 그런지 공간 활용도가 아주 탁월하다. 변기가 비뚜름하게 놓인 건 바로 앞에 문이 있어서 똑바로 설치할 경우 다리를 놓을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
이거 촬영하기 아주 힘들었다....
이런 소형 세면기도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위해 선택된 것. 일반적인 사이즈의 세면기가 놓인다면 통로를 거의 다 막아버리게 된다.
ラブホテル(라부호테루)의 내부. 역시나 협소한데, 이런 곳의 목적(?)을 생각하면 넓이 따위는 아무렴 어떠냐는 생각이 들었다.
침대 머리맡 양쪽의 대는 침대의 상하 이동을 위한 것이다. 침대 높이를 꽤나 높이 조절할 수 있는데, 나로서는 침대 높이가 천장에 가까울 정도로 높아야 하는 이유를 도통 알 수 없다.
어쩌면 へんたいてきひと의 취향을 고려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텔에서 나와 시부야로 향하는 도중에 촬영한 너무나 깨끗한 거리. 일본의 시민의식을 느낄 수 있다.
깨끗한 거리를 보니 문득 떠오르는 14년 전 기억. 미국에 유학 갔던 한 친구가 일본인 여친과 함께 귀국했을 때다. 공항에 도착한 이후 그들과 함께 했던 천호동의 거리는 말그대로 쓰레기통이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거리의 쓰레기통을 없애는 정책(?)이 실행된 직후라 적응 안 된 인간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렸기 때문.
미유키 상(성을 몰라 그냥 이름을 씁니다).....한국도 어떤 곳은 도쿄만큼 깨끗하답니다.
기타 매장인 듯한 장소의 입구에 부착되어 있는
<도쿄 기타 쇼>포스터.
도쿄 전철은 기관실 안을 들여다 볼 수가 있다. 서울과 경기도 안에서만 지낸 지구적 촌놈은 이런 것도 신기하게 느껴진다.
건물의 폭에 주목~! 왠만한 자동차 길이 정도다.
우리나라도 점차 이런 구조로 바뀔 것 같다. 어쩌면 땅주인들이 땅을 분할판매하게 될는지도.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 모두들 열심히 해서 쟝 미셸 바스키아 같은 유명한 화가가 되기를.
그래피티 아트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일본 만화가 있다. <국가 번영 유지법>이라는(<배틀로얄>에서의 법만큼 황당한) 법으로 국민을 지배하는 미래의 일본 얘기다. 설명하기 귀찮아 캡쳐한 그림으로 대처한다.
그나저나 이 만화랑 그래피티 아트랑 무슨 상관이냐고? 이 만화에 등장하는 어느 그래피티 아티스트는 이키가미로 지목되어 죽기 직전에 자신의 작품으로 전체주의 국가의 수뇌부들에게 분노의 똥침을 날린다.
삼천포로 빠졌다. 다시 시부야로 간다.
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의 카가와 신지의 사진이 걸려있다. 분데스리가의 명문 도르트문트에서 월드클래스 급 활약을 보여 맨유로 이적했지만, 감독이 퍼거슨에서 모예스로 바뀐 이후로는 좀처럼 출전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리나라의 네티즌들은 카가와에 대한 악플은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 악플의 근거는 아마도 그가 일본인이라는 것과 박지성의 입지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일 텐데, 일본의 우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개 선수에게 부정적인 민족주의를 발산하는 건 좀 보기 그렇다.
이는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나 피겨선수 아사다 마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시구(詩)도 있지만, 그들은 연탄재가 아니라 세계적인 일등급 보일러(?)가 아니었나? 연탄재조차 될 가능성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보통의 인생에 비하면....
더불어 '과거 쪽발이의 만행을 생각하면 일본 선수들에게...'이라는 식의 인과 오류에서도 좀 자유로워지면 좋겠다. 안 그러면 축구 경기장에서 '일본의 지진을 축하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거는 바보들 수준에 머무르고 마는 거다.
'그럼 경기장에 욱일기 내거는 일본 놈들은?'하며 반발하는 분들에 대한 적절한 대답은 이거다. 남이 먼저 그랬다는 이유로 공공장소에서의 내 배변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또 삼천포.....다시 시부야로.
일요일 오후의
시부야 거리에서.
시부야의 한 초밥집. 스시(すし)의 원조 국가 답게 과연 맛이 남달랐다.
다 먹고나자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후쿠시마.........'
회전초밥집인데 초밥 이동 방식이 좀 독특하다. 벽에 부착된 네비게이션을 닮은 기기의 화면에서 원하는 초밥을 선택하면, 주방에서 보낸 신선한 초밥이 모노레일(?)을 타고 주문자의 앞에 놓여진다.
아....오이시데스네.......데모......ほうしゃのう......
시부야의 유명 악기점인 <이시바시>에서 '견물생심'의 시간을 가지다.
기타의 홍수 속에서 깨달은 진리 : 욕망의 극한은 '그림의 떡'이 야기한다.....
왼쪽 깁슨의 가격이 백오십팔만 엔. 한화로 1,736만2,620 원....................................
사고 싶은 폴 리드 스미스(PRS)기타의 가격이 대략 500만원 안팎. 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500만원이라는 고액에 기가 꺽이고 만다. 그 순간,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지름신께서 왕림하사, 내게 구원의 동아줄을 내리신다.
지름신께서 가라사대, 보라. 너는 어찌하여 물건의 가격에 몰두하느냐?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보아도 알지 못하니 그 어리석음이 빈티의 허물을 벗지 못하게 하느니라. 내 이르노니, 눈을 감고 거룩한 할부를 묵상하라. 그럼 만사형통하리라.
-더살려니가 전서 18장 18절
정신을 차리고 진열된 폴 리드 스미스(PRS) 기타들을 바라보니, 다음과 같은 표찰이 붙어있었다.
금리 0%
36개월 할부
지름신의 계시를 받은 나는 짱구를 굴리기 시작한다.
'500만 원 ÷ 36 개월 ≒ 13만8천 원......13만원? 뭐야? 별 거 아니잖아? 확 질러버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려는 찰라.....악마가 개입하여 내게 속삭인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얽혀 있다는 뜻이다."
-법정, <무소유>중에서
그러자 곧장 지름신의 계시가 임하신다.
내 이르노니, 우리가 마음이 쓰이게 되는 건 물건 자체보다는 그 물건이 내 수중에 없을 때가 아니더냐? 따라서 무엇인가가 손 안에 없다는 것은 다른 한편 없다는 사실에 얽매이는 것이고, 고로 빈자가 천국에 들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기보다 어려우느니라.
-막사야 18장 18절
결국, 지름신의 계시에도 불구하고 카드를 긁지 못한다. 악마(?)의 속삭임이 구매욕을 저지했던 것도 아니다. 구매 의지를 최종적으로 꺽은 건 지름신보다 강하다는 바로…….
かない
귀국 후 :
: "엄청 사고 싶은 기타가 있었는데.....사려다 말았어."
: "얼마 짜린데?"
: "500만 원 정도...근데 카드 할부가 36개월에 무이자더라고."
그러자 가 말하기를,
: "그럼 사지 그랬어?"
: "…………."
아래는 시부야의 유명한 라이브 하우스.
아래는 라이브 연습실 <게이트웨이 스튜디오>. 이곳에서 나와 T군, 그리고 하명수 씨는 (역시 재일교포인) 이릉향 씨와 타악기 주자인 미노루 토요다 상과 합류. 이들의 연주를 보고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미노루 토요다 상....이곳에서 소문난 이께멩(イケメン: 꽃미남)이란다. 프라이버시 문제로 사진은 찍지 않았다.
리허설 준비 중.
왼쪽부터 토요다 미노루, 이릉향, 하명수, 그리고 나.
이것이 바로 양악과 국악을 아우르는 소해금.
<게이트웨이> 계단 벽의 포스터들.
거리에서 한 컷.
해가 저물 무렵, 토요다 상을 제외한 네 명은 인근의 커피숍에서 담화.
창 밖의 풍경. 예쁜 버스가 지나간다.
커피와 CD 한 장.
창 밖 풍경.
선물받은 CD. <드라마틱 소울>은 시부야의 유명 클럽에서 활동 중인 혼성 보컬 그룹이다. 이 릉향 씨는 여기 멤버.
간판에 왠 여자들 사진이...물어보니 '나쁜 곳'이란다.ㅎㅎ...
다시 찾아간 <도리킨>에서 셋이서 한 컷.
왼쪽부터 하명수 씨, T군, 나.
버스를 타고 세타가야로 이동. 3대 째 대를 이어 운영한다는 <焼肉千里>에서 저녁 식사.
이곳은 일본의 유명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란다.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배우 아야세 하루카 등.....
여기에 취직할까?
여기도 김치가 있다. 이거 보니 배고파진다.....
달랑 세 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100엔.
자동차 폭과 건물 폭 비교.
스구모 역에서.
스구모 역 인근의 가츠동 가게.
본토의 우동 맛은 어떨까 하여 시원한 메밀소바 대신 우동을 시켰으나.....
농심 생생우동이랑 비슷하다....
가츠동을 먹고 난 후 80년 전통의 커피숍에서 카페오레 한 잔.
간판 아래에 조그만 글씨로 1933. Kobe라고 쓰여있다.
커피 맛은 과연 80년 전통답게 독특한 맛이 있었다
라고 T군은 말하는데, 커피에 관한 한 쌈마이 미각을 가진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스구모 역 근처의 서점에서 구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언젠가는 읽을 결심으로 샀지만.....그 날이 오기나 할는지.
이제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갈 시간.
공항 행 모노레일 안에서 촬영한 도쿄 시내의 풍경.
공항 내부의 서점에서. <명탐정 코난>과 <원피스>, 그리고 <배가본드>가 눈에 띈다.
이렇게 2박3일 간의 짧은 도쿄 여행이 끝났다. 언젠가 오사카와 교토에 가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 다음엔 북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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