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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Guitar Music

상록수

 

 

 

  故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 불렀다던 <상록수>.

 

  서거 후엔 잠시동안 이 노래가 회자되었고 나도 옛날의 추억을 되살려 편곡을 시도했다.

  아무 생각 없이 완성하고 나니, 뭔가 잘못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곡은 소위 민중가요인데...(아주 살짝이나마)화성에서 풍기는 외세(?)의 재즈 냄새는 대체 뭐냐.....'

 

  이 노래가 너무나 자주 불려졌던 그 시대에 '외세'는 곧 제국주의 국가고 그것의 대표는 미국. 게다가 재즈의 본 고장은 미국.

 반 외세를 부르짖는 민중가요에 재즈라....이건 뭐랄까, 전통찻집에서 커피 향 피우는 것과 뭐가 다른가. 소설<살아남은 자의 슬픔>에서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서구의 롹음악을 즐길 때의 위화감이랄까. 

 그래서 오랫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은 악보가 되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어차피 원곡 <상록수>도 서구(유럽)의 음계와 화성-조성체계에 의존하여 작곡된 곡이지, 국악으로 만든 건 아니잖은가...그리고 내 편곡물은 코드에서만 살짝 재즈 화성적인 느낌이 풍길 뿐, 사실은 재즈에 국한할 이유도 없고 그보다는 화성을 다소 복잡하게 만든 것 뿐이지 않은가.

 그리하여 그냥 공개하기로 결심한다.

 

 그래도 부자연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위화감의 정체는 이렇다. 개인적인 편견이겠지만, 민중가요의 핵심은 누구나 다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쉽고 단순한 선율과 가사의 흡인력에 있을 것이다. 음악의 3요소인 선율,화성,리듬에 가사를 부가하여 생각해보자. 민중가요에서 중요시 되는 우선순위는 아마 다음과 같이 될 거다.

 

 가사 >선율 >리듬 >화성

 

 왜 화성은 제일 중요도가 떨어질까? 실용성이 없다는 게 첫째 이유이다. 언제 최루탄과 백골단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투쟁의 장'에서 기타치고 노래할 것도 아닌데 화성 따위가 무슨 소용이랴.

 두번째 이유는 정보량의 조절을 위해서다. 선율,리듬,화성을 단순하게 정보M, 정보R, 정보H라고 치환해보자(가사는 정보W). 만약 선율을 재즈 음악처럼 온갖 조성을 넘나들게 운용하면 어떻게 될까? 다시 말해서 정보 M을 복잡하게 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음악적으로 특출나거나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은 한 이러한 노래는 부르기에 어려울 것이다(다시 말해서 정보 처리가 곤란해진다). 설상가상으로 그 선율이 지니고 있는 리듬(이를 선율 리듬이라고 칭하자)마저 16분 음표 단위로 복잡하게 쪼개면? 선율 정보(M`)의 복잡성에 선율리듬의 복잡성(R`)이 더해져서 우리가 처리해야 할 정보는 가중될 것이다. 그 상태에 화성마저 복잡하게 만들면? 결국 정보에 정보가 더해져서(M`+R`+H`) 가장 중요한 가사(W)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앞에서 이미 언급했다시피 화성은 '투쟁의 장'에서 실용성이 거의 없으므로 화성을 복잡하게 할 필연적 이유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화성 정보의 복잡성은 감상의 차원에서나 유용한 얘기다. 하지만 민중가요란 건 감상보다 노래부르기의 목적이 우선하는 게 아닌가?

 설령 감상이 목적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가장 유의미한 가사정보W(그리고 그다음으로 중요한 선율정보M)에 집중하는데 화성정보z가 복잡함으로 방해해서는 안된다.
(물론 이건 일종의 고정관념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상록수>를 클래식 기타 독주곡으로 만들 경우, 가사는 아예 누락이 되어버리므로 음악의 3요소의 우선순위는 다음처럼 된다.

 

 화성>선율 >리듬 >가사

 

 왜 화성이 우선순위의 맨 처음을 차지할까?

 피아노나 클래식기타의 경우, 바이올린족의 악기나 관악기에 비해 선율을 연주할 때 감정의 호소력이 다소 약하다. 특히 화성과 선율을 동시에 처리해야 함으로 인해 운지상의 난점이 야기되는 클래식 기타의 경우, 선율 처리에 있어서 색소폰 주자나 사람이 부를 때와 같은 절묘한 표현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율정보M의 부실함(?)을 상쇄하기 위해 리듬정보R이나 화성정보H를 좀 채워넣을 필요가 요청된다. 발라드와 같은 정적인 노래에서는 아무래도 R보다는 H의 정보를 보충하려 할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민중가요>라는 색채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만다는 거다. 게다가 가사가 누락된 연주곡<상록수>는 화성의 과도한 장식성으로 인해 원래의 민중적 소박함을 잃어버려 (좀 거시기한 표현이지만) 귀족적 혹은 부르주와적 변태가 되고 말았다! 

민중가요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이 편곡물<상록수>는 좋게 말하면 '순수해진 것'이고(음악 외적인 요소가 배제되었으므로) 나쁘게 말하면 '쓸 데 없어진 것'이 된다. 아마도 이것이 위화감의 정체일 거다.

 

 

 

 

 조성은 Eb장조고, 연주의 용이함을 위해 변칙튜닝(6번선=Eb,5번선=Ab)을 사용하였다.

 역시나 암보가 안된 상태의 연주라 다소 머뭇거림이 느껴진다. 짧은 손톱 탓에 좋은 음질도 기대하기 어렵다.

 예전에 녹음해 둔 것으로, 악기는 파코 마린을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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