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12월이 참 좋았다.
사막에 우물이 있듯 12월엔 크리스마스가 있으니까.
12월 초만 되면 미술시간에는 금박지 은박지를 오려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었고
친구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엔 친구랑 컬러 양초도 만들었다.
어디서 구한 알코올 램프로 양초와 크레파스를 각각 녹여 섞은 다음
실을 가늘게 늘어놓은 거푸집에 부어 넣는 거다.
그런 다음 굳히고 거푸집에서 꺼내면 끝.
얼핏 기억하기로는 그걸 열개도 넘게 만들어서 반 친구들에게 팔았는데
기억을 못하는 건지, 내 수중에 들어온 돈은 하나도 없었다.
어쩌면 그때는 그런 계산조차 할 생각을 못했을 정도로 그 일에 빠져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과정에 집중한 시절이랄까.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항상
소위 '이발소 그림'이라고 여겨질만한 그림만 그려넣었다.
저 멀리 불 켜진 예쁜 집이 있고
그 집 옆에는 동화 같은 울타리가 있고
보다 근거리에는 양쪽으로 전나무가 늘어서 있으며
전나무 주변에는 한 쌍의 사슴이 서성거리고
그림 하단에는 팔장을 낀 채 다정히 걷는 연인의 모습,
그리고 하늘에는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이발소 그림.'
상투적이지만, 무언가를 다 만들고 난 뒤의 희열감을
분명히 각인시켜주었던 크리스마스 카드 그림이 아니었나 싶다.
거리에서 캐롤이 울리고 크리스마스 장식의 반짝임이 가득할 때면
세상이 빛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어스름한 기운이 가득한 대낮에는 창가에 희뿌옇게 새어드는 미약한 빛을 받으며
마음 가득 평안함으로 가득 채웠다.
작금에 와서 어쩔 수 없이 '평안'이라고 규정하지만
사실 그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평화, 평안, 행복, 희열....
어쩌면 혹시 W.블레이크가 말한 '지각이 정화된 순간'이 아니었을까?
어린아이였을 때는 정말 그랬다...
언제부터인가 설렘이 없어지고
그 옛날 손으로 만든 엉성한 크리스마스 장식물보다 훨씬 세련된,
(돈 주고 구입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온갖 장식물을 가지고도
더이상 집안을 꾸미려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그렇게 몇 년째 라면박스 안에 잠들어 있다.
어렸을 때는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 하나 갖는 게 소원이었지만 돈이 없었고
지금은 그 정도는 살 만한 돈은 있지만 마음 속에 설렘이 없다.
설렘이 없고 허적함의 휑한 먼지바람 부니
트리를 세우고 장식할 의지조차 온데간데없다.
행복해지는 방법은 어린 시절의 감성을 되찾는 것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음악노트 :
대략 4~5년 전에 편곡했던 것 같다.
연주는 역시나, 암보가 안 된 탓에 뮝기적 뮝기적....
기타는 당시에 사용하던, 90년대 말엽에 제작된 파코마린을 사용했고
기타 현은 간만에 어거스틴 리갈을 사용했다. 알리앙스 사용할 때보다는 부드럽지만
웬지 그 기타에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현재, 그 기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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