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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신의 물방울

 

 

 

 

작년 이맘 때 문득 술 한 잔 생각이 나고 출출할 때 : 족발+소주 혹은 막걸리
요즘 문득(사실은 꽤 자주) 술 한 병 생각이 나고 출출할 때 : 오이+고추장+막걸리

건강하게 저렴해졌다......

술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신의 물방울>이라는 제목의 와인 관련 만화책을 보면 등장 인물들이 와인 한 잔을 마시며 하는 멘트들이 가관이다.

 

"무화과, 금감, 부엽토 그리고 희미한 민트와 시나몬...얼마나 다이나믹하고 사방으로 터지는 듯한 여운인가....작은 과일을 깨물면 거기서 새로운 태양이 탄생하는 것 같아. 그러면서 우아하고 고요한 대지이기도 해."

아주 시인 나셨다.....

이런 멘트는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인 <명가의 술>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등장한다.

 

"이 생(生)술밑(주모)의 중후함과 그걸 잊게 만드는 산뜻한 맛...꼭 갸날프면서도 뿌리는 땅 속에 깊숙히 박고 있는 꽃 같아요...."

 

미각의 시각화인가? 공감각적 미주가(美酒家)들, 대체 얘네들은 술을 마신 걸까, 아니면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한 걸까?

 

나도 막걸리 한 잔을 마시고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산들바람과 농부의 땀을 한껏 품은 대지의 벼이삭이 삭풍의 근심을 모르는 순수함으로 영그는 9월 아침의 이슬 같은 맛과....."


손이 오그라들 것 같다...
술은 술이지 용도변경된 본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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