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쿄에 갔을 때 제일 먼저 느낀 건 지하철과 전철 노선도를 보면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복잡하다는 거다. 아마 후배 T군이 없었더라면 나는 역내에서 국제 미아가 되었을 거다. 아무리 경기도 촌놈이라지만 이건 좀 굴욕적인 일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요시다 슈이치의 <퍼레이드>라는 소설에서 다음의 문장을 보니,
< ...사쿠마는 무도관에서 열린 입학식 때 내 옆자리에 앉은 인연으로 알게 된 녀석인데 대학에서 사귄 유일한 친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도쿄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많은 정보를 사쿠마 녀석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전철 타는 법, 옷을 촌스럽게 입지 않는 법....>
화자인 요스케가 촌놈이라고는 해도 일본인 임에는 틀림없는데 전철 타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니, 하물며 나 같은 경기도 촌놈이야.....뭐, 이런 자위의 감정이 들었더랬다.
그런데 소설을 조금 더 읽으니,
<......줄곳 '전철 어딘가에 화장실이 딸린 차량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중략)....주스나 신문 등을 파는 매점 정도라면 전철 차량 안에도 충분히 있을 법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정도의 막장 촌놈이었던 거다.
자위가 전혀 안 된다......
사족 : 아주 오래 전에 전철의 끝 칸까지 이동한 적이 있다. 낮술에 취했었고, 자다 깬 후 요의를 심하게 느껴 화장실을 찾기 위함이었다. 결국 친구가 이건 무궁화호가 아니라고 일깨워주었다....
과음은....치매에 이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