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중에서
창밖 학원으로부터 어떤 초딩의 웅변 연습하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한다고 이 연사는 힘주어 외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서구 민주주의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자각과 반성으로 출발했다'는 그 유신 시절에도ㅡ그러니까 내가 아주 어렸던 '국딩' 시절에도 웅변 그 특유의 어투가 몹시 거슬렸다. 과장된 어투에 함몰된 진정성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그저 억양의 '오버질' 자체가 부담스럽게 다가왔기 때문일는지도 모른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너무나 '오글거렸다.'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지나치게 인위적이게 '오버 떨고' 획일적인 것에 대한 거부감은 이미 국딩 시절부터 마음속에 새겨져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트로트 창법이나 일부 젊은 가수들의 '오버질' 창법(노래 가사는 단지 이별을 말하고 있을 뿐인데 가수의 창법은 멸문지화라도 당한 듯한 감정이다), 그리고 삼겹살 비계에 버터와 식용류와 마가린을 믹서에 넣어서 갈아버린듯한, 지나치게 느끼한 루바토 연주에 손사래를 치는 것도 담백하지 못하고 과장된 허세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 거다. 문장에서의 지나친 미문과 마찬가지로, 과장된 루바토는 정신의 미숙을 드러내는 일종의 지표다.
처음의 얘기로 돌아가자. 진정성은 조또 안 느껴지는 저 획일적이고 과장된 어투의 웅변 학습을 21세기에는 제발 좀 때려치웠으면 좋겠다. 교육학 박사가 뭐라고 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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