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잡글쓰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소설 쓰기의 어려움 뇌경색 후유증으로 기타도 못치고, 할 일은 없고 시간은 남아돌았던 시절에 나는 한가지 결심을 한다. 에드거 앨런 포우와 스티븐 킹 저리가라는 공포소설을 쓰기로 한 거다!소설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과 그 친구들은 고심 끝에 시체를 유기하는 데 성공하지만, 어느날인가 주인공이 인근 야산의 자작나무 숲을 산책할 때 자작나무 사이로 무언가가 보일듯 말듯 배회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날이 갈수록 그것(?)은 점차 형체를 드러내는데.....여기까지 쓰느라 도합 128페이지를 허비했다. '그녀'를 만나게 되는 과정과 우발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일, 그리고 사체 유기의 과정이 다소 길었기 때문이다.그 뒤에 어떻게 되었냐고? 글쎄다. 나도 모르겠다. 알면 계속 썼지 그만 두었겠나.결말도 .. 더보기 세상의 이치 탑 클래스 넘버 원 기타리스트 안드레 니에리의 유튜브 구독자 수가 겨우 5만 명. 아마추어 드러머임에도, 옷은 절반 정도 걸친 듯 만 듯한 어떤 예쁜이의 구독자 수는 120만 명. 체르니 30만 쳐도 충분히 연주할 것만 같은 곡들을 연주하면서도 남성들에게 음악은 듣는 게 아니라 보는 것이라는 새로운 감상법을 일깨워준, 짧고 패인 패션 감각의 어느 예쁜이의 구독자 수도 50만 명. 학원에 누군가 찾아온다. 마스크를 써서 예쁜이인지 안 예쁜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앳되어 보이는 처자다. 손에 여러가지 색상의 복주머니를 왕창 들고 있다. 방향제란다. 감이 온다. 이것들을 팔아서 이웃돕기도 하고 대학 등록금에도 보탠단다. 전자가 100% 뻥일지라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자기 스스로 돈을 벌어 등록금을 내.. 더보기 시각이 갑 원주 도인 음해선생께서 VR이라는 것을 구매하셨다. 내게 그것을 경험해보는 은총을 베푸셔서 나는 고글처럼 생긴 그것을 착용하였는데…내 시야에 가득히 들어온 것은 천길만길 낭떠러지에 설치된 롤러코스터였던 것이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문득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모피어스의 대사를 읇조렸다. This is not real… 가상현실 속 롤러코스터가 시동을 걸기 시작하고, 이윽고 철길 끝 낭떠러지 끝에 머물게 되었는데…솔까 엄청 무서웠다는 걸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식은 땀에 약간의 메스꺼움까지. 머리로는 이게 현실이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엄청난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아는 척을 하자면, 오래전에 흄이라는 이름의 철학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성은 정념의 노예다. 세련이나 품위와는.. 더보기 총총거리던 총기의 증발 어린 시절에 나는 조용한 가을 밤에 창 너머로 들려오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다. "별들이 총총거리며 울고있구나..." 삼십 년 후, 의 작가 이만교가 쓴 라는 책을 보다가 비슷한 생각을 한 시인이 있음을 비로소 알게되었다. 그 시에 대해 이만교 작가는 이렇게 평했다. [...이렇게 아이처럼 순진한 시청각적 상상이, '귀똘이들이 별의 운행을 맡아가지고는 수고로운 저녁입니다'와 같은 시구를 낳게 만들었을 것이다.] 정육점을 운영하시는 한 선배님으로부터 다량의 고기가 배송되었을 때, 나눔의 실천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현자 K선생에게 전화를 드렸다. "랍비시여, 저에게 먹음직스러운 소고기가 있사오니 언제 시간되실 때 오셔서 시식 좀 하지 않으시렵니까?" 그리하여 시식의 날이 오고, K.. 더보기 정념의 노예 '인간은 합리적인(이성적인) 존재인가?'하는 물음은 내겐 너무 버겁다. 대신 대폭 축소하여 이렇게 물을 수는 있다. '나는 합리적인 인간인가?' 무료하던 차에 간만에 음악 사이트인 에 접속했다. 문득 궁금하여 중고 뮤직맨 액시스 기타가 나온 게 있나 찾아봤더니....있다. 그것도 빨간색의 그것이! 그때였다. 지름신이 오랜만에 왕림을 하신 것은. 지름신께서 말씀하셨다. '질러라.' 내가 대답하였다. '아니되옵니다. 이것을 지르기에는 통장잔고가 비어가는 것이 두렵습니다.' '어리석은 자여, 그러면 네 펜더 기타를 팔아서 충당하면 되지 않느냐?' '그러면 되기는 합니다만...제게는 이미 뮤직맨 액시스 기타가 있습니다.' 지름신께서 한숨을 내쉬더니 말씀하셨다. '네가 가진 그것은 초록색이지 않느냐? 시인 이상이.. 더보기 우리를 형성한 법칙 고양이 놈...아니 고양이 년이 오늘도 또 새를 잡아왔다.... 언젠가 어느 책에서 다음의 질문을 접한 적이 있다. "구명 보트에 한 사람과 한 마리의 리트리버가 있다. 그런데 이 보트는 일인용이다. 둘 중 누가 보트에서 내려야 하는가?" 물론 리트리버다. 하지만 질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사람에 두 마리의 리트리버라면? 이 질문의 요지는 이렇다. 한 명의 인간 생명은 대체 몇 마리의 동물 생명과 등가교환이 가능한가? 쉽게 말해 한 명의 인간을 구하기 위해 백 마리, 아니 천 마리의 리트리버를 죽이는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하냐는 얘기다. '존 윅'이라면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개 한마리의 목숨값이 양아치 여러 명의 목숨값에 갈음하겠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이런 질문에 답 따위가 있을 리가 없다... 더보기 객관과 주관 주관적 진실과 객관적 진실의 차이는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멀다. 이과 출신들은 이 갭의 엄청남을 이해할 거다. 회식 중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간혹 이런 질문이 내게 향하곤 한다. ㅡ선생님은 연애 안 하세요? 이 경우 나의 답변은 한결같다. ㅡ뽕을 따고 싶어도 님이 없습니다. 이어지는 대화. ㅡ왜요? 학원생들 중에 괜찮은 여자 없어요? ㅡ거의 없지만 있어봤자 그림의 떡이고 못 먹는 감입니다. ㅡ왜요? ㅡ유부 아니면 젊은 처자들이거든요. ㅡ유부는 좀 그렇고...그럼 젊은 애들 중에서 맘에 드시는 분이랑 사귀면 되잖아요? ㅡ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어떻게 사귑니까? ㅡ에이, 사랑에 어디 국경과 나이가 있나요. 좋으면 그만이지. 사랑에 나이와 국경은 없다는 것, 이것은 객관적 진실이다. 대화는 내가 .. 더보기 한때는 절절함이요, 작금에는 지질함이라 한 후배(일명 아쿠마)의 방에서 발견한 케케묵은(1978년 출판) 책. 후배의 아버님께서 보신 책이란다. 더 찾아보니 도 있는데 허걱. 이건 1964년 출판이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세로 읽기. 영화 에서 손예진은 읽지도 않을 장서들을 헌책방에서 구입하는 취미가 있다. 의아해 하는 김주혁에게 오래된 책에서 나는 향기(냄새라고 해야 하나)가 좋기 때문이란다. 책에 코를 파묻고 맡아보니 과연 그렇다. 세월의 냄새라고 해야 할까. 종이의 모서리는 쉽게 바스라져 버린다. 세상에 나온지 겨우(?) 42년밖에 안 되었는데. 신학계의 역사적 예수에 관한 논쟁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예수에 대한 전기라 할 복음서는 외경을 제외하고 왜 네 권밖에 없을까? 아니, 그보다는 각 복음서는 왜 이리 분량이 적은 걸까? .. 더보기 좋은 사람 컴플렉스 나를 물어 버린 개자....아니, 고양이자식... 최근 라는 책을 낸 진중권 교수는 고양이의 매력으로 솔직함과 도도함을 든다. 두 달 전에 내가 어느 고양이에게 손가락을 물린 이유는 안기기 싫다는 놈을 억지로 품에 안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양이는 안기기 싫을 때 솔직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안기고 싶을 때는 저 스스로 와서 안긴다. 한마디로 지 꼴리는대로다. 나쓰메 소세키의 에서처럼 고양이를 의인화해 보자. 내가 고양이를 억지로 안는다. 그러자 고양이는 금새 발버둥을 치며 내 품을 벗어나려 한다. "내가 너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이유는 네 품에서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나기 때문이야." 고양이는 절대로 진심을 은폐하는 이런 '이유'를 대지 않을 것이다. 고양이의 진심은 이렇다. "나는 지금 이리저.. 더보기 마음속으로 작별인사를 기운이 시들었다. 심심풀이로 오늘의 물병자리 운세를 보니 그런 날이란다. 산책을 권하길래 운동 겸 광합성을 위해 뒷동산을 오른다.동산 뒷편을 지나가다가 비석 없는 봉분을 발견한다. 봉분 바로 앞에 푯말이 꽂혀 있길래 가까이 다가가 봤더니 붙여놓은 쪽지에 이런 게 적혀있다.잠시 생사의 대조(생계의 원색적인 처절함과 죽음의 무색무취한 평안함)에 대해 30초간 묵념. 동산을 거의 내려가니 이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푯말이 나무에 걸려있는 것을 발견한다.그리고 푯말 하단에는 이렇게 적혀있다.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개는 보이지 않는다. 푯말을 지나 언덕 위쪽으로 올라가 보았더니 엉성한 울타리 너머에서 황구가 나를 향해 짖는다. "왈왈~왈왈왈(저리 꺼져)!" 면식일 리가 없을 그 동물애호가 분에게서 인간에 대한 신뢰.. 더보기 이전 1 2 3 4 ··· 11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