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잡글쓰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A time of innocence 간혹 우연적이지만 필연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만 같은(하지만 역시 우연에 불과한) 사건과 종종 맏닥뜨리게 된다. 예컨대 초딩 시절, 형 따라 형의 친구 집에 갔더니 바로 내 짝궁인 여자애가 형 친구의 여동생이었음을 알게 된다든지, 미팅했던 어떤 여자애가 알고보니 아버지 친구의 딸이었다던지.... 며칠 후면 이사를 가야한다. 일단 작업실을 구해야 하는데 언제든 기타 연습과 레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가 건물에 입주하는 게 최선이다. 다세대 주택이나 아파트는 늘 소음 문제가 말썽이니까. 소음 문제도 그렇지만, 주거지와 사무실에 들어가는 이중의 월세도 부담된다. 하지만 작업실에서 숙식을 해결하자니 역시 사람 꼴이 말이 아니게 될 것 같은 걱정이 따른다. 인터넷 부동산을 통해 비교적 월세가 저렴한 동네.. 더보기 거리 조정 베스트 셀러인 에 나오는 말 : "책을 읽을 때, 책에 얼굴을 너무 가까이 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지? 마찬가지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하네.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상대와 마주보고 얘기조차 할 수 없네. 그렇다고 거리가 너무 멀어서도 안 돼.(...)그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네." 무위감에 저항이라도 하듯, 책 한 권을 손에 잡아 읽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새삼 내 눈의 수정체가 백내장 수술에 의한 인공물이라는 걸 인식한다. 문득 예전에 안경점 사장님께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백내장이 있으시다고요? 심하지 않으면 가급적 수술은 미뤄 두세요." 나는 이 조언을 수술 후에나 경험으로 이해했다. 인공수정체에는 '줌 인/줌 아웃'기능이 결여되어 있다. 예컨대 책을 읽.. 더보기 오늘을 잡아라 https://www.youtube.com/watch?v=FOPXew5suVY 강신주 왈, "대부분의 종교는 미래를 얘기해요. 극락이니, 천국이니...그리고 자본주의는 가까운 미래를 얘기해요. 10년 뒤나 15년 뒤를. 그러나 인문학자는 현재를 잡아야 한다고 얘기하죠.(...) 자각을 가져야 해요. '내일은 없다.' 이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삶의 질이 굉장히 높아져요."그러고 보니 솔 벨로우의 소설 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과거는 우리에게 아무 소용이 없어. 미래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지. 오직 현재만이 실재하는 거야. '바로 지금', 오늘을 잡아야 해."내가 이해하는 '바로 지금'을 잡는 방법 중 하나는 순수몰입(Flow)의 순간에 빠져드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기타 연습을 하거나 작/편곡을 할.. 더보기 무의식 어느 공용 숙소의 테이블 위에 마치 메주처럼 콩으로 뭉쳐진, 작은 케잌만한 음식이 놓여져 있다. 출출한 참에 한 입 베어 물었더니, 근처에 있던 누군가가 한마디를 한다. "그게 맛있는 건 줄 아니?"아니나 다를까, 그것을 완전히 삼키기도 전에 혀 전체에 퍼지는 건 소태 같이 쓰디쓴 맛이다. 나는 청소가 되어 있지 않아 아주 불결한 욕실에 들어가 수도를 튼 다음, 수도꼭지에 연결된 긴 호스를 통해 입 안을 헹군다. 입 천장과 혓바닥 여기저기에 마치 엿처럼 들러붙은 그 역한 음식의 찌꺼기들을 뱉어내려 애쓰지만 잘 안되는 통에 한참을 애먹는다. 눈을 뜨자 욕실이 아닌 내 방의 작은 침대 위에 누워있다. 꿈을 꿨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입 안 가득한 쓴 맛을 느낀다. 설마 그 염분덩어리 된장 같은 음식 찌꺼기가.. 더보기 삶은 계란 간만에 타 보는 기차.삶이란 무엇일까 하는 사색에 빠져 차창 밖 먼 곳을 바라보곤 했던 그 옛날에는 승무원이 질문에 대한 답을 던져주며 지나가곤 했다. "삶은 계란이나 사이다~" (썰렁...) 언젠가 한 여자 인터뷰어가 김훈 작가에게 삶은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그런 거창한 질문을 싫어합니다." 우문현답이다. 차창 밖을 뚫어지게 응시해 봤자 풍경들은 삶이 뭔지 안 가르쳐준다. 원주역을 나와 택시를 타고 집에 가려니 거리가 다소 어중간하다는 생각이 들어 주저한다. 택시 타고 가기에는 너무 가깝고 걸어가자니 조금 멀다. 다이어트를 핑계 삼아 걸어가기로 한다. 역전 삼거리에서 거리상으로 제일 가까울 것 같은 가운데의 언덕길로 향했다.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는 도중에 .. 더보기 수집벽 간혹 후배 청룽 군이랑 술 마시며 이런 대화를 하곤 한다. "죽을 때까지 일만 권의 책을 읽는 게 가능할까? 만화책과 동화책은 물론, 썬데이서울이나 플레이보이 같은 잡지책 등은 빼고."이에 대해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이렇게 말한다.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완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루에 한 권을 완독한다고 쳐도 일만 권을 읽으려면 대략 삼십 년이 걸리는 일인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재밌는 건 이렇게 말하는 이동진 씨도 사실은 상당한 수집벽이 있어서 이만 권 가까이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예전에 오직 단 한 장의 챕터만 읽기 위해 무려 이만 원 가까운 가격의 책을 구입한 적도 있다(이라는 제목의, 뇌신경학 분야의 저서인데 '연주가의 손'이라는 소제목이 달려있는 두 번째 챕터만.. 더보기 수컷의 의무 밤 늦은 시각에 좁고 으쓱한 길(골목길 포함)을 걷다 보면 간혹 내 앞을 앞서가는 처자를 발견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살짝 난감함을 느낀다. 적정 거리를 유지하고 계속 걸어가자니 앞서가는 처자가 지속적으로 불안함을 느낄 것 같고, 그 불안함을 해소해주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그녀를 지나치려고 해도 마찬가지로...아니, 더욱 더 불안을 일으키게 할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저 남자가 나를 덮치려고 접근하고 있어!'). 그래서 앞으로는 이러기로 했다. 적정 거리를 유지한 다음, 뒤에서 "좀 지나가겠습니다"라고 밝힌 뒤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 버리자고. 지하철에서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간혹 바로 앞에 짧은 치마의 처자가 있을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대개 나의 시선은 음란마귀가 지시하는 방향에 아주.. 더보기 사진 시베리안개스키와 산책 중에 전화가 걸려왔다. 대학 동아리 후배다. 그녀가 말했다. "선배님 나온 사진들 중에 아무거나 제게 보내봐요." 이유를 물으니 이렇게 대답한다. "선배님 얼굴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내 얼굴을? 누가?" "유정(가명)이가요. 지금 우리 동기들 간만에 만났거든요. 그러니까 잘 나온 사진으로 빨리 보내주세요." 반가운 마음에 한마디 했다. "원판이 후진데 사진이 어떻게 잘 나오냐? 글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무슨 사진을 보내달래?ㅋㅋㅋㅋ" 유정이라.... 그 옛날, 그녀와 같은 학과이자 같은 동아리 동기였던 영철(가명)이가 그녀를 자신의 지인에게 소개함으로써 썸타게 만들었을 때,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내 동기 남자들 중 몇명은 영철이가 동아리방에 나타날 때마다 그의 .. 더보기 개똥 현관문을 열었더니 1.5m 지점에 떨어져 있는 개똥이 눈에 들어온다. 개가 많은 우리집에서는 흔한 게 개똥이기는 한데, 문제는 발견된 이 개똥의 절반 가까이가 짓뭉겨져 있다는 거다.혹시나 해서 신고 있는 슬리퍼의 바닥을 들춰 봤다. 이상 없다. 분명 멍군의 소행이다. 짓눌림의 정도로 판단컨대 소형견들은 무방하다. 큰놈들 짓이다. 그 커다란 발바닥으로 거실의 장판 위에 발도장을 찍으며 돌아다닐 생각(과 더불어 시베리안개스키의 경우 버릇 없게도 침대 위에까지 올라온다는 생각)을 하자 살짝 짜증이 든다. 하지만 의외로 거실 바닥에는 아무런 족적도 남겨져 있지 않다. 네 마리나 되는 '큰놈'들의 발바닥(도합16개)을 살펴봤지만 비교적 굳은 똥이어서 그런지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어쩌면 '가시는 걸음걸음 사뿐히 .. 더보기 순간에의 몰입 솔 벨로의 라는, 아주 인상적인 제목의 소설이 있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다음과 같다. "과거는 우리에게 아무 소용이 없어. 미래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지. 오직 현재만이 실재하는 거야. '바로 지금'. 오늘을 잡아야 해." 철학자 마크 롤랜즈는 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의 시간 관념은 우리에게 내려진 저주이다. (중략) 시간을 과거에서 미래로 뻗어 나가는 하나의 일직선으로 경험하는 시간성에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단점 역시 수반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삶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며, 바로 그 때문에 행복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것이다.(중략) 늑대는 매 순간을 그 자체의 보람으로 받아들인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 영장류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인간에게 매 순간은 끝없이 유예된다. 매 순간의 의..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11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