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창으로부터 정말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통화 후 잠시 추억이 방울방울지다가 문득 생각나는 바가 있어 오래전의 앨범을 간만에 꺼내들었다. 책장 구석에 오랫동안 쳐박아 둔 탓에 뽀얗게 먼지가 내려앉아 있다.
아래의 사진은 1학년 겨울, 동아리방에서 루이즈 피포의 <Danza no.1>을 연습하는 장면이다(뭐, 그렇다고 당시에 그곡을 완벽하게 연주했다는 건 아니다).
그보다 이른 1학년 봄, MT 갔을 때 미스코리아 비스무리한 '미스 화학' 뽑기 대회(?)에 타의에 의해 억지로 참가했던 적이 있는데, 이 여장 남자들의 사진은 대회(?) 직후에 찍은 거다.
그 당시 나는 176cm의 키에 몸무게가 59kg이었더랬다. 날씬했던 덕에 2등은 한 것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난다. 아마도 부상(副賞)으로 브래지어를 받고 나서는 망연자실하여 "이거 왠 불안감(브란감)?"하고 중얼거렸을 거다.
고개를 숙인 채 배둘레햄을 바라보며 새삼 시간의 잔혹함을 생각하다가, 제니퍼 이건의 2011년도 퓰리처상 수상작, <깡패단의 방문>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시간은 깡패야, 그렇잖아? 그 깡패가 널 해코지하는데 가만 있을 거야?"
스코티는 고개를 저었다. "깡패가 이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