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주엘라의 엔젤폭포
음악노트 :
-베네주엘라 작곡가 안토니오 라우로(Antonio Lauro)의 아름다운 기타 소품이다. 라우로는 기타를 위한 많은 곡의 베네주엘라 왈츠들을 작곡하였다.
-라우로의 곡들이 대개 그렇듯이, <라 네그라>에서도 3/4박자와 6/8박자가 혼용되었다. 3/4박자와 6/8박자의 심리적 분절(3/4박자=♪♪/♪♪/♪♪, 6/8박자=♪♪♪/♪♪♪)을 음미하며 연주하는 것이 라우로의 베네주엘라 왈츠 연주의 특징인 것 같다.
-이 곡을 녹음했던 2000년대 초반 당시에는 악보를 구할 길이 없어서 기타리스트 아담 홀츠만(Adam Holzman)의 레코딩을 채보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작곡자 라우로가 어느 마디에서 3/4박자가 아닌 6/8박자를 부여했는가는 음형의 맥락으로 대략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반복되는 Major 부분의 초반부에는 약간의 음의 지연이 있는데 의도된 루바토는 아니고 ,단지 순간적으로 다음 운지를 잊어버려 머뭇거린 흔적일 뿐이다.
-기타는 안토니오 마린 몬테로를 사용하였다.
-연주는 대체로 밋밋하고, 촌스럽게 첫 박에 액센트가 들어가는 통에 자연스러운 프레이징을 훼손하는 부분도 있다. 3/4박자의 강세 '강약약'을 심리적으로 읽지 않고 물리적으로 드러내고 마는 저 촌스러움.
확실히 프레이징을 제대로 읽는 것은 왼손 운지에 무리한 힘이 들어감으로써 유발되는 강세를 억제하는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니 부디 기타 치는데 급급하지 말고 음악을 하는데 집중하자.
그런데 왜 녹음 후의 청취는 장기에서의 훈수와 같은 걸까.
안토니오 라우로의 곡들, 정확히는 그것의 악보들에 대해서는 추억이 있다. 내가 안토니오 라우로의 작품에 홀딱 반했던 건 존 윌리암스의 1981년 앨범인 <존 윌리암스의 초상>을 접하게 된 이후였다. 그 음반에 수록된 <Seis por derecho>와 <El negrito>는 당시에는 너무나 연주하고 싶었던 곡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아니 지금은 더욱 심하지만),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기타음악 출판 여건은 후진적이었기 때문에 라우로의 악보를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이전이라, 각 대학의 클래식 기타 동아리를 방문하여 발품을 팔아야 겨우 구할 수 있을까말까.
군 입대하기 몇 달 전 어느 날인가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었던, 지금은 없어진 569번 버스 종점에 위치한 한 기타 학원에 XX기타 제작가 분이 방문을 하셨다. 나는 큰 기대는 하지 않은 채 지나가는 말로 그에게 라우로의 악보들을 보유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의외의 대답을 얻었다. 자신의 공방으로 아무 때나 미리 전화를 주고 찾아 오라는 거였다.
며칠 뒤, 나는 경기도 H시에 있었던 그의 공방을 찾았고, 그곳에서 라우로의 악보들은 물론, 덤으로 토루 타케미츠의 비틀즈 편곡 악보들까지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아쉽게도 <El negrito>악보는 없었다.
제대 후에 10현 기타 제작 의뢰차 강남 소재의 다른 기타 공방을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기타 주문을 의뢰한 후, 지나가는 말로 제작가 분께 <El Negrito>악보를 구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악보, 여기서는 굴러다녀서 라면 냄비 받침으로 써요."
지금은 악보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너무나 쉽다. 나 역시 인터넷의 혜택을 수 없이 받은지라 현재의 편리함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 때도 없잖아 있다. 그러나 역시 좋은 것과 나쁜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다니는 것 같다. 무분별한 인터넷 공유로 말미암아 현재 우리나라의 클래식기타 음악의 출판 여건은 최악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공짜로 얻을 길이 있는데 누가 돈 주고 악보를 사려 하겠는가?
그럼에도 때로는 음반이나 장서처럼, 복사본이 아닌 원본으로 된 악보를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비용이 들더라도 말이다.
흔한 것은 구하기가 쉽다는 얘기고, 곧 편리함을 의미한다. 나 역시 이런 편리함이 좋기는 하지만, 애타게 찾던 악보를 수중에 넣었을 때의 감격은 확실히 그 옛날처럼 크지는 않다.
어쨌거나 발품을 팔지 않을 경우 악보 구하기가 어려웠던 당시의 내가 악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채보밖에 없었다. '없으면 있게 하라.'
지금 생각해보면, 부정적인 상황이 때로는 긍정적인 것을 이끌어내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사족 : 내게 악보를 제공해 준 장인 분들은, 현재 이름만 대면 클래식기타 애호가들 누구나 알 만큼 유명해졌다.
Adam Holzman의 El Negrito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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