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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리뷰

레드

 

                                                                                     안돼

 

 

자신의 외모를…아니, 자신의 외모'만' 뻔질나게 SNS에 올리는 여성 분들이 가끔 눈에 띈다. 그중 어필에의 욕망이 특히 강한 분은 은근히 갑빠를 노출시키기도 한다(감사합니다). 현대의학의 쾌거를 공유하고픈 마음이지 싶다.
농담이고, 그게 뭐 그리 잘못 되었다는 건 아니다. 존재감을 과시하고픈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구 중 하나다. 이런 노래도 있지 않은가. "당신은~♪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사랑받는 거나 인정받는 거나 오십보 백보, 엎어치나 매치나, 도찐개찐('도긴개긴'이 바른 말이란다).

 

다만 외모에 대한 만족감에의 지속불가능성은 쬐끔 걱정이 되기는 한다. 이런 노래도 있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글타. 그대들이 얼굴만 봐도 실소를 금할 길 없는 욕쟁이 할머니 김수미도 과거엔 미인이셨더랬다. 산이 높으면 그 골도 깊은 법(어쭈구리…). 찰나의 불꽃 같은 청춘의 빛이 소진되면 참을 수 없는 박탈감은 어쩔 것인가? 현대의학? 개인적으로는 말리고 싶다. 왕조현을 보면 깨닫겠지만, 인위적 연장의 결과물은 마치 벽에 거꾸로 매달아 놓아 바짝 말라 비틀어진 장미꽃과 같다.
(왕조현이 누구냐고? 있어. 그런 애. 왕년에 엄청 예뻐서 한국 남자들의 로망의 대상이 되었던 애. 왜 '천녀유혼'이라고…)

됐으니까 당신 걱정이나 하라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이 처자가 바로 왕조현.

                                                                                             헉

 

글타. 사실 부러워서 그런다. 나도 니들 같은 면상에 니들 같은 갑빠…아니 원빈 같은 갑빠가 있었으면 좋겠다. 시종일관 한평생 오징어 신세보다는 언젠가 시드는 한이 있더라도 한 시절이나마 꽃미남으로 살다가 배둘레햄 아저씨로 전락하는 게 더 낫지 않나? "내가 한 때는 말이야…" 하면서 자랑도 할 수 있고 말이다. 종종 "과거에 '잘 나갔다고' 자랑하는 건 바보 짓"이라는 훈계를 들을 때가 있는데, 내 생각엔 '잘 나간' 적이 없는 오징어라서 자랑할 만한 과거가 없는 것 보다는 낫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윗 세대 분들이 피력했듯, '시간의 파괴력과 돌아보는 쓸쓸함' 앞에서 인간은 역시 울적할 수밖에 없는 팔자인가 보다.


'레드'와 '샐리'는 각각 어떤 섬의 킹카와 퀸카들이었다. 사랑에 빠져 동거를 하지만 레드는 권태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섬을 떠난다. 서머싯 모옴의 단편 <레드> 얘기다. 25년 후 섬에 돌아와 우연한 재회를 하게 되지만 서로를 못 알아보는 레드와 샐리. 레드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던 샐리를 항상 두고 볼 수밖에 없었던 남편 닐슨은 그들의 재회를 보며 분노한다.

 

'나의 행복을 방해한 사나이가 바로 저 사람이란 말인가? 긴 세월 동안 샐리가 사랑하며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바로 저 사나이란 말인가? 기가 막힌 일이다.'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그는 모든 것을 때려부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속았다. 완전히 속았다. 실제로 방금 두 사람은 재회했으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지 않았던가?' 그는 웃기 시작했다. 서먹서먹한, 그러나 발작적인 웃음으로 변했다. 모든 게 신들의 잔인한 장난이었다. 어느새 그들에게 남은 것은 늙은 모습들 뿐이었다.(중략)

 

만약에 아까 그 의자에 앉아 있었던 늙은 비곗덩이의 늙은 남자가 그녀가 젊은 날에 그토록 열렬하게 사랑했던,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가슴 속에 지니고 있는 연인이라고 말했더라면 여자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전에 그를 불행하게 만든 여자를 아직 미워하고 있을 무렵의 그였다면 오히려 기꺼이 말해버렸을 것이다. 그때 그는 자기가 상처를 입은 것처럼 상대에게도 상처를 입혀주고 싶었다. 미움도 또한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마음이 전혀 일지 않았다.(중략)

 

'그녀도 지금은 나이를 먹은 뚱뚱보 원주민 여자가 되고 말았다. 도대체 나는 무엇 때문에 이 여자를 그토록 열렬히 사랑했을까? 이 여자의 발 밑에 내 영혼의 모든 보물을 던졌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것들에게 단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았다. 낭비! 이게 대체 뭔 낭비인가!' 지금 그녀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모멸감 뿐이었다.

 

이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

1. 고아라도 다 한때(인생은 일장춘몽).
2. 야식 금지.
3. SNS 따위로 옛 연인을 찾지 말 것(만약 찾았는데 예전과 같은 모습이면 당신은 행운아).

 

 

 

                                            

                                                                                 

 

※ 밑줄 쫙~~~ :


프랑스의 총명한 소설가가 한 말이 있소. 두 사람의 연인들 사이에서 반드시 사랑하는 것은 한쪽 뿐이며, 다른 한 사람은 다만 그 사랑을 받고 있을 뿐이라고 말이오, 대개의 인간이 운명이라고 단념하지 않으면 안 될 이 말은 슬픈 진실이라오.

모든 것이 희미한 옛날의 꿈이 되어버린 지금도 나는 그 젊고 아름답고 순수한 두 사람과 그들이 꽃 피운 사랑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껴요. 마치 가끔씩 구름도 없는 밤에 보름달이 산호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을 볼 때처럼 내 마음은 찢어지는 것만 같소. 완전한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것은 항상 고통스러운 일이거든요.

정신이 성숙해지면 인간은 에덴 동산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 레드와 샐리의 슬프고 열렬한 사랑을 이제와서 돌이켜 보며 나는 생각한다오. 사랑의 눈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두 사람을  헤어지게 한 잔인한 운명에 대해 그들은 오히려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오. 그들은 고뇌에 찬 삶을 보냈을 거요. 그러나 그것은 아름다운 고통이었소. 사랑의 진정한 비극이 뭔지 알지 못한 채 헤어졌으니 말이오.

사랑의 비극은 결국 죽음도 이별도 아니란 말이오. 그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이 상대를 사랑하지 않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오리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요? 지난날에는 하루만 만나지 않아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사랑했던 여자를 지금은 다시 만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다면 그야말로 그보다 무서운 비극은 없소. 사랑에 있어 진짜 비극은 무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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