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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리뷰

기도하는 남자 https://youtu.be/D1iJuyHtYVI 장모의 수술비 5천만 원이 너무나 절실한, 하지만 너무나 가난한 개척교회 목사와 그 아내가 '시험에 드는' 과정을 그린 영화, . 외면상 기독교 영화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외연이 더 넖은 듯하다. 의외로(?) 재미있다. 나름 추천. 주기도문의 "우리를 시험에 들지말게 하옵시며..."라는 구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왜 예수님은 '우리가 시험에 들더라도 능히 이길 수 있는 힘을 주옵시고...'라고 하지 않고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라고 한 것일까? 어쩌면 대개의 인간이란 시험에 드는 순간 걸려 넘어질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 앞에서 도덕적 우월감으로 개탄한 것이 아니라 연민의 시선으로 안타까워했기에 그렇게 말한 것.. 더보기
오후의 이자벨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 . 가독성이 좋아 400여 페이지를 하루에 다 읽을 수 있다. 30여 년의 세월을 400여 페이지에 담아서 그런지 속도감이 빨라 지루할 틈이 없다. 강추. 간단한 내용 정리 : 21세의 미국 청년 샘은 여행차 간 프랑스 빠리에서 36세의 유부녀 이자벨과 우연히 만나 연인이 된다. 하지만 가정을 깨고 싶지 않은 이자벨은 샘과의 관계에 시간적/공간적 한계를 두어 샘에게 강요한다. 이후 샘은 레베카라는 여성과 결혼하고 이자벨과는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는데... 석 줄 평 : 인간은 '쾌락적응'을 하는 존재다. 고로 영원한 갈망이란 손에 붙잡지 못한 것에 한한다. 아마도 결혼이라는 제도는 100년 안에 붕괴될 것. 더보기
더 페어 들라크르와라는 이름의 사형수가 전기의자로 처형될 때 큰 사고가 발생한다. 머리에 전류가 통하게 하는 헬멧 같은 것을 씌우기 전에 물에 적신 스폰지를 사형수의 머리에 얹어 놓음으로써 전류의 흐름을 원할하게 하여 사형수가 빠른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관례인데, 사형집행인들 중 한 명인 소시오패스 교도관이 부러 스폰지를 물에 적시지 않은 것이다. 사형이 집행되는 순간, 사형수 들라크르와는 오랜 고통을 받다가 머리에 불이 붙은 채로 사망한다. 영화 의 한 장면이다. 영화에서 이 사형수는 나름 순박하게 그려진다. 감방에서 생쥐를 키우며 돌보는 착한 마음도 지니고 있다. 영화에서 이 사형수의 죄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에서는 그의 범행이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방화로 어린이들.. 더보기
불교는 왜 진실인가 근래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이다. 딱딱한 종교철학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의 진솔함과 위트가 돋보이는 꽤나 물렁물렁한 과학서(진화심리학)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의 후반부를 읽다가 문득 옛 기억이 떠올랐다. 주차선을 넘다 못해 차의 정 중앙에 주차선이 위치한 채로 주차해 놓은 어떤 차를 보고 내가 말했다. "뭔 주차를 저 따위로 하냐? 정말 남 생각 안 하고 사는 인간이네." 원주 현자 음해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그게 아니라 저 차의 앞뒤에 있었던 차들이 먼저 주차선을 넘어서 주차한 거겠지. 저 차는 그 사이에 주차하다보니까 어쩔 수 없이 저렇게 주차선 한가운데에 주차하게 된 거고. 앞뒤 차가 다 빠져나가버리니까 저 차가 일부러 저렇게 주차한 것처럼 보이는 거지." 아주 오.. 더보기
먼 훗날 우리 한 달 전에 대학 동기와 후배랑(둘 다 여자다) 인근 식당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을 때다. 동기녀가 이런 말을 꺼냈다. "내 딸은 그래도 엄마의 나쁜 점을 닮지 않아서 다행이야." 내가 물었다. "너의 나쁜 점이 뭔데?" 그녀가 대답했다. "의존적인 거." 내가 가볍게 툭 던지듯 말했다. "여자는 원래 그래." 순간, 후배녀의 젓가락이 거세게 테이블 위로 내려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와 동시에 동기녀가 내게 거칠게 말했다. "너, 그 얘기 취소해." "왜? 맞는 얘기인데?" "취소, 아니 사과해." "싫어" 그러자 그녀가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사과 안 하면 오늘 밥 값 안 낼 거야." 나의 대답은 1초도 지연되지 않았다. "아, 미안해." 좀 부족한 듯하여 덧붙였다. "내가 망언을 했어." 이렇.. 더보기
좁은 문 25년만에 재독하고 있는 앙드레 지드의 .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소설이지만 원주 현자 음해선생께서 젊었던 시절에 꽤 재미있게 읽으셨다고 하시길래 시간도 남아돌겠다, 문득 재독에의 욕망이 생겼다. 한 줄 평 : 왕짜증나는 밀(종교적 '밀')당(감정적 '당') 사이에서 질식하다. 책 후반의 에서 프랑스의 한 평론가는 다소 악의적으로 이렇게 비평하였다. "작가 앙드레 지드는, 알리사가 일생을 바쳐 '좁은 문'으로 천국에 들어가길 힘썼는데, 결국 그것은 신에게 농락당한 데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이 소설에 대한 나의 왕짜증도 아마 비슷한 근거에 기인한 것일 게다. 예수님을 연적으로 둔 남자의 말로(末路)는 서글프다. 언젠가 시들어버릴 생화에게는 물을 줄 가치가.. 더보기
졸업 https://youtu.be/FVlKtyVoS90 : 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1967년 작 해석. 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짱구 엄마 영란이 짱구에게 동화책의 마지막 지문인 "....이후 왕자님과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를 읽어주는데 조숙한 짱구는 그녀의 말을 가로채어 반박하듯 말한다. "그들에게 닥쳐올 불행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의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에 대한 이동진의 해석은 타당하다. 난 왜 영화보는 눈이 영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더보기
In the Heart of the Sea 스플래쉬, 파 앤드 어웨이, 다빈치 코드 등을 연출한 론 하워드 감독의 2015년 작 . 강추. 이하 스포일러 주의. 작가 허먼 멜빌은 포경에 관한 자료수집을 위해 과거 포경선 에식스호를 탄 경험이 있었던 니커슨 씨를 방문한다. 니커슨 씨의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멜빌은 그 유명한 을 탈고한다. 이 영화는 니커슨 씨의 회고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땅에서 기름이 나온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19세기 초반, 인간이 기름을 향유고래에서 취했던 시절에 고래사냥은 막대한 부를 보장해줄 수 있었던 수단이었다. 금수저 낙하산 선장인 폴라드와 흙수저 능력자 일등항해사인 체이스는 투자자들의 막대한 기대를 안고 고래를 잡기 위해 출항하지만, 지나친 포획으로 인해 고래가 보이지 않자 이들은 더 먼 바다.. 더보기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90년대 중반에 제목의 인상 때문에 읽게 된 소설이 있다. 카슨 매컬러스의 이다.주인공은 존 싱어라는 이름의 청각장애 벙어리다.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와서 삶의 고충과 외로움을 털어놓는다. 그러는 이유는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벙어리인 존 싱어는 마을 사람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고충을 떠벌이고 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공감 가는 것들 중의 하나는 타인의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의 의미다. 존 싱어에게는 타인들의 삶의 고충이나 외로움을 해결할 능력까지는 없다. 다만 그는 그들의 얘기를 (귀머거리라 들어줄 수 없기에) '마음으로' 들어줄 뿐이다. 지인 분을 통해 알게 된 한 의사 쌤에게 연락이 와서 그 분의 친구분들과 대략 대여섯 시간의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이로써 5일 연속 음주다. 이 기간 동.. 더보기
사일런스 으로 유명한 일본의 작가 엔도 슈사쿠의 을 영화화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 1600년대, 선교를 위해 일본에 파견된 포르투갈 신부의 배교를 소재로 했다. 소재는 기독교적이지만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나 와 같은 '기독교 영화'는 아니다(에서 설핏 보이는 범신론이나 불교의 내음으로 보건대 엔도 슈사쿠라는 작가가 단순한(?) 기독교적 소설에만 머물리가 없으니까. 게다가 마틴 스콜세지는 을 만든 감독이 아닌가). 작가는 기독교 신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그에 따르는 고통을 외면하는 신의 '침묵'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모양이다. 기독교 억압의 주체인 일본의 고위 관료들이 포르투갈 신부를 체포한다. 그리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미 배교를 선택한 농부들의 목숨을 걸고 신부에게 한가지 제안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