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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리뷰

매직 스트링 의 저자 미치 앨봄의 신간 . 한 편의 환상 동화를 읽는 듯하다.허구적 인물인 전설의 기타리스트 프랭크 프레스토의 이야기가 실존 인물들과 어울러지며 펼쳐진다. 프랭크 프레스토가 인생 곳곳에서 만난 뮤지션들 명단을 살펴보면 장고 라인하르트, 듀크 엘링턴, 윈튼 마샬리스, 폴 스탠리(Kiss의 보컬리스트),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등 엄청나다.프랭키 프레스토는 클래식, 블루스, 재즈, 롹, 심지어는 플라멩코 연주까지 가능한 소위 전천후 기타리스트다. 이것 자체만 봐도 퐌타지 동화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한 200세 정도라면 가능할지 모를까, 모든 장르에서 유능한 이런 연주자는 세상에 없는 걸로 알고 있다(스티브 모스 정도가 그나마 전천후 기타리스트라 불릴만 하겠지만, 클래식기타나 플라멩코기타의 공력이 프랭키.. 더보기
봄날은 간다 거대한 뒷북. 허진호 감독의 2001년작 를 이제서야 봤다.ㅋㅋㅋ '산소 같은 여자'를 별로 안 좋아했던지라. (같은 이유로 도 한참 뒤에 봤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들 중에서는 의 확인사살격인 도 강추다. 일주일 전에 문득 입안에서 자꾸 가사가 씹히는, 반어적인 제목의 노래인 Plaisir d`amour(사랑의 기쁨)를 연주하고 싶어져서 롤랑 다앙 편곡의 악보를 다시 꺼냈다. 며칠 뒤 퇴원길에 무더운 거리를 걷다가 땀을 훔치며 문득 "봄이 갔구나"하고 중얼거렸다. 그래서 뒷북을 치게 된 것일 게다. 잎은 많아도 뿌리는 하나입니다. 내 청춘의 거짓 많던 시절에는 태양 아래에서 잎과 꽃을 흔들었지만 이제는 나도 진실 속에 시들어 갑니다.ㅡ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전문 더보기
스톤 다이어리 중고서점의 장점이라면 저렴한 가격이겠지만, 무엇보다 절판된 서적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95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캐롤 쉴즈의 도 그러한데, 근래 도서출판 비채에서 재발간된 이 소설은 오/탈자의 문제가 있음에 반해, 95년에 출판되었으나 절판되어 중고서점에서 밖에는 구할 수 없는 소담출판사의 것은 오/탈자 없이 깔끔하다. 번역자가 동일한 것으로 보아 오/탈자의 책임은 아마도 비채의 편집장에게 있을 테지만, 그다지 인기도 없었던 소설을 재출간한 노고를 생각해 보면 대놓고 손가락질 할 건 아니다. 학창시절, 한 물리화학 교수는 강의 도중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는 세 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다.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 있으나마나한 사람, 없는 게 차라리 나은 사람." 자연과학보다는 인문학이 차.. 더보기
캐롤 퀴어 영화에 그다지 관심이 없음에도 을 보게 된 건, 과 에서의 고상하고 우아한 엘프녀 갈라드리엘 역의 케이트 블란쳇이 출연했기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의 별점 짠돌이 박평식 평론가가 무려 별점을 네 개나 줬기 때문에 무진장 호기심이 일었던 탓이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별점을 다섯 개 만점을 준 것보다 더 보기 드문 일이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point.nhn?code=101962 이 영화의 관점을 일도양단하면 다음과 같다.1. 세상이 규정한 '정도(正道)'의 삶, 그러나 내가 원하지 않는 삶 2. 내가 원해 마지않는 삶, 그러나 세상이 거부하는 '일탈'의 삶당연한 귀결이지만, 주인공 '캐롤'은 1의 삶을 살려다가 결국 2의 삶을 선택한다. 노예적 .. 더보기
환상의 빛 얼마 읽지는 못했지만, 근래 몇년간 읽은 소설들 중 최고작은 단언컨대 미야모토 테루의 이다. 완독하고 나면 마치 영화를 본 듯 장면과 배경들이 머릿속에 남는 것이, 김승옥의 을 읽었을 때의 인상과 유사하다(그래서일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자신의 데뷔작으로 이 작품을 택했다. 영화도 조만간 시간을 내어 봐야겠다). 만일 내가 독서클럽 회원이라면 당장 이 단편을 추천했을 정도인데, 좋은 작품이라면 의례 그렇듯이 소설 곳곳에 절묘한 은유와 상징(예컨대 '터널'과 '빛' 같은 것들)이 배치되어 있어 아마도 얘깃거리가 많을 테다. 미야모토 테루의 소설은 라는 장편으로 처음 접했었는데, 당시의 감회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거 내 얘기 아냐?"였을 테다. 하지만 작품의 무게감은 사적인 친밀함을 넘어 역시 쪽이 .. 더보기
대호 어제 를 봤다. 근래 본 한국 영화들 중 최고다. 이하 스포일러 주의. 극중 천만덕(최민식 분)은 직업이 포수다. 그리고 호랑이는 생태계 최고의 포식자다. 천만덕의 아들이 포수의 길을 가듯 아마도 천만덕도 환경의 영향을 받아 먹고 살기 위해 포수가 되었을 것이며, 호랑이가 최고 포식자가 된 것 역시 운명적인 것이지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다. 표면상 드러나는 것은 상호 적대적인 관계이지만, 생존을 위해 타존재를 죽여야만 한다는 점에서 그 둘은 동일한 운명이다(다만 극중 인간과 호랑이의 관계만으로 한정하면 호랑이는 좀 더 방어적인 위치에 있다). 스포일러 같아 정확히 말을 못하겠지만, 그 둘이 놓인 처지가 그것을 대변한다. 그들은 동일한 대상을 잃는다(그렇지만 각각의 상실 이유에 있어서 미세한 차이점은 눈.. 더보기
와이키키브라더스 1.올해 봄, 경기도 일산의 집에서 강원도 W시로 이사를 가기 위해 짐을 정리하던 도중에, 수북한 오선지--정확하게는 실패한 창작의 흔적들로 더럽혀진 오선의 페지들 더미 속에서 한 장의 종이를 발견하였다. 대학노트에서 뜯어낸 그 종이에는 개발새발의 글씨가 적혀있었는데, 나의 필적임에는 분명하였음에도 워낙 급하게 써내려간 글씨였기 때문에 한 눈에 무슨 내용인지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실눈을 뜬 채로 겨우 문맥을 짚어가니 그제서야 무슨 내용인지 파악이 되었다. 그것은…8~9년 전 즈음에, 무명 악사의 전락을 다룬 임순례 같독의 감독의 영화, 를 본 후 참담한 마음에 몇 개피의 담배를 태우며 옮겨 적은 영화 대사들이었다. 그 내용을 알아볼 수 있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지미 헨드릭스의 음악은) 언제.. 더보기
푸른 산호초 OCN에서 '야생 생존 무비 연속 방송'으로 방영해주고 있는 80년대 초반의 영화 . 책받침 여신 3인방 중 한 명이었던 브룩 쉴즈 언니가 출연한 작품이다. 외딴 섬에 표류하여 생존해 가던 어린 두 남녀가 성인이 되자 운우지정에 눈 뜨게 되어 결국 애를 낳아 잘 살다가 구조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내용인데, 기실 이 영화의 연출 의도는 아마도 이런 것일 테다. '경쟁자와 사회적 제약이 없는 외딴 섬에서 미인을 독점(?)하는 남자의 성적 퐌타지.' 무인도에서 배구공 '윌슨'과 동거(?)하는 의 톰 행크스에 비하면… 고등학교 선생님인 남편, 그리고 두 딸과 함께 우리집 바로 앞집에 사셨던 한 아주머니께서 "좀 야하긴 하지만 네가 봐도 괜찮을 아주 재미있는 영화"라며 당시 중딩이였던 내게 의 비디오 테잎을 빌려주.. 더보기
하나비 채널 CGV에서 방영해주고 있는 기타노 다케시의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를 간만에 또 보고 있다. 90년대 말에 와 더불어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로 기억한다. 박찬욱 감독은 이렇게 평했다. "언제나 영화제들은 한발 늦다. 정작 그 감독의 최고 걸작은 망설이다가 흘러보낸 다음, 아차 싶어 그 다음에 발표된 영화가 태작이건 말건 그제야 부랴부랴 큰 상을 안겨주는 식이다.(...) 나 에 상 줄 기회를 놓쳤는지도 모르고, 좀더 지켜보자는 식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는 다케시로서는 그리 뛰어난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평을 남기기도 했다. "…이를 일러, '영화 독학자의 스타일'이라 할 만하다. 제대로 배운 게 없으니 멋대로 찍어버린다는 뜻이다. 정교하게 연출할 자신이 없어서.. 더보기
인간과 음악 중고 서점에서 구한 음악 관련 서적. 출판 년도가 1988년…허거걱. 키스만 해도 임신하는 줄 알았던 시절 아닌가. 저자는 양악을 전공한 경력이 있는, 중앙대 음대 국악과 교수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양악과 국악이 적당한 비율로 언급된다. 원래 청소년을 위한 강좌 원고였던 것에 내용을 더 추가한 것이라는데, 글쎄다. 내 판단으로는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이 어느 정도 있는 이들(예컨대 음대생들)이 읽으면 딱일 것 같다. 어쨌거나 본서, 대단히 훌륭하다. 다행히 2000년 이후에도 재판이 나온 모양이다. 강추. 후반부에 언급한 '20세기 음악사는 다시 쓰여져야 한다'는 내용은 98% 동감이다(2% 동감하지 못하는 부분은 '대중음악=유행음악'이라는 부언이다). 집에 있는 음악사 책을 비롯, 내가 접한 대개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