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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리뷰

환상의 빛



얼마 읽지는 못했지만, 근래 몇년간 읽은 소설들 중 최고작은 단언컨대 미야모토 테루의 <환상의 빛>이다. 완독하고 나면 마치 영화를 본 듯 장면과 배경들이 머릿속에 남는 것이,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읽었을 때의 인상과 유사하다(그래서일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자신의 데뷔작으로 이 작품을 택했다. 영화도 조만간 시간을 내어 봐야겠다). 만일 내가 독서클럽 회원이라면 당장 이 단편을 추천했을 정도인데, 좋은 작품이라면 의례 그렇듯이 소설 곳곳에 절묘한 은유와 상징(예컨대 '터널'과 '빛' 같은 것들)이 배치되어 있어 아마도 얘깃거리가 많을 테다. 


미야모토 테루의 소설은 <파랑이 진다>라는 장편으로 처음 접했었는데, 당시의 감회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거 내 얘기 아냐?"였을 테다. 하지만 작품의 무게감은 사적인 친밀함을 넘어 역시 <환상의 빛>쪽이 단편임에도 훨씬 묵직하다. 게다가 스산함과 애잔함의 밀도가 상당히 촘촘하지만, 그렇다고 자멸적 부정의 내음은 풍기지 않는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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