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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리뷰

캐롤



퀴어 영화에 그다지 관심이 없음에도 <캐롤>을 보게 된 건, <반지의 제왕>과 <호빗>에서의 고상하고 우아한 엘프녀 갈라드리엘 역의 케이트 블란쳇이 출연했기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네이버 영화>의 별점 짠돌이 박평식 평론가가 무려 별점을 네 개나 줬기 때문에 무진장 호기심이 일었던 탓이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별점을 다섯 개 만점을 준 것보다 더 보기 드문 일이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point.nhn?code=101962


이 영화의 관점을 일도양단하면 다음과 같다.

1. 세상이 규정한 '정도(正道)'의 삶, 그러나 내가 원하지 않는 삶
2. 내가 원해 마지않는 삶, 그러나 세상이 거부하는 '일탈'의 삶

당연한 귀결이지만, 주인공 '캐롤'은 1의 삶을 살려다가 결국 2의 삶을 선택한다. 노예적 예속에서 자유로의 이행이랄까.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보수적 기독교인이 아닌 한, 성정체성에의 편견에 대한 비판 의식을 몸에 익힌 우리들 거개는 아마도 주인공 캐롤의 선택에 박수를 보낼 것이고 '일탈'이라 치부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득 이런 생각은 든다. 사람들 중 과연 몇 퍼센트나 1의 삶을 거부할 수 있을는지. 단순히 동성애 차원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20년 전에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도어즈>를 봤을 때 극중 짐 모리슨이 "당신들은 노예다"라고 외치는 장면을 보고도 별 감흥이 없었더랬는데, 이제는 그 말의 무게를 알 듯도 싶다. 우리가 순리, 혹은 도리라고 별 생각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이 삶은 과연 正道인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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