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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리뷰

스톤 다이어리



중고서점의 장점이라면 저렴한 가격이겠지만, 무엇보다 절판된 서적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95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캐롤 쉴즈의 <스톤 다이어리>도 그러한데, 근래 도서출판 비채에서 재발간된 이 소설은 오/탈자의 문제가 있음에 반해, 95년에 출판되었으나 절판되어 중고서점에서 밖에는 구할 수 없는 소담출판사의 것은 오/탈자 없이 깔끔하다. 번역자가 동일한 것으로 보아 오/탈자의 책임은 아마도 비채의 편집장에게 있을 테지만, 그다지 인기도 없었던 소설을 재출간한 노고를 생각해 보면 대놓고 손가락질 할 건 아니다.


학창시절, 한 물리화학 교수는 강의 도중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는 세 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다.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 있으나마나한 사람, 없는 게 차라리 나은 사람."
자연과학보다는 인문학이 차라리 익숙했던지라, 당시 이 말에 약간의 거부감을 느꼈던 게 사실이다(어쩌면 자존감의 부족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말씀을 하신 걸로 보아 교수님은 자기자신을 스스로 첫번째 범주에 포함시킨 것 같은데, 그렇다면 대체 '있으나마나한 사람'의 범주에는 누가 포함되어야 하는 걸까? 거창하게 인류를 위해 공헌한 바가 딱히 없는 거개의 평범한 사람들?


존 윌리암스의 <스토너>와 더불어 <스톤 다이어리>는 (위의 교수님의 표현대로라면) '있으나마나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물론 위의 교수님과 같은 싸늘한 냉소는 없다. '있으나마나하다'는 건 달리 말하자면 '불필요하다'는 의미인데, 세상에 홀연히 완전하게 고립되어 그 누구에게도(예컨대 자식이나 벗들) 필요가 되지 못하는 상황을 상정할 필요도 없이, 이 '불필요하다'는 말 자체에 체감적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혹자가 언급한 바 있는, '인적자원부'와 같은 말에서 풍기는 탈인문학적인 구린내 때문일 테다.

소위 '위인전'의 극단에 아마도 <스토너>나 <스톤 다이어리>가 위치하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위인전보다 위대하다.
강추.☆☆☆☆


※사족 :
인문학적 성찰이 한참 부족한 탓인지 아직까지도 '(세상에) 없는 게 차라리 나은 사람', 즉 '귀태'에 대해서는 딱히 이견을 품기 어렵다. 죽은 물고기가 떠오르고 악취를 풍긴다는 어느 강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 특히나 그렇다. 그리고 일곱 시간의 행방이 묘연한 어떤 인간을 봐도 역시나 그렇다. 
뭐, 깨달음이 부족한 탓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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