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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리뷰

매직 스트링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저자 미치 앨봄의 신간 <매직 스트링>. 
한 편의 환상 동화를 읽는 듯하다.

허구적 인물인 전설의 기타리스트 프랭크 프레스토의 이야기가 실존 인물들과 어울러지며 펼쳐진다. 프랭크 프레스토가 인생 곳곳에서 만난 뮤지션들 명단을 살펴보면 장고 라인하르트, 듀크 엘링턴, 윈튼 마샬리스, 폴 스탠리(Kiss의 보컬리스트),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등 엄청나다.

프랭키 프레스토는 클래식, 블루스, 재즈, 롹, 심지어는 플라멩코 연주까지 가능한 소위 전천후 기타리스트다. 이것 자체만 봐도 퐌타지 동화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한 200세 정도라면 가능할지 모를까, 모든 장르에서 유능한 이런 연주자는 세상에 없는 걸로 알고 있다(스티브 모스 정도가 그나마 전천후 기타리스트라 불릴만 하겠지만, 클래식기타나 플라멩코기타의 공력이 프랭키보다는 많이 떨어질 것이다). 뭐, 환상 동화 같은 소설이니까 그점은 대충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긴 하다.

프랭키 프레스토가 연주하는 클래식기타의 레퍼토리는 대충 다음과 같다. 라그리마, 아델리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기타로 편곡된) 트로이메라이, 대성당, (빌라 로보스의)12 에튀드, 그리고 제목을 밝히지 않은 줄리아니의 어떤 곡.

작가 미치 앨봄은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열렬한 팬인 것 같다. 소설 곳곳에 타레가에 관한 얘기들이 나오는데, 소개된 일화들이 100% 사실인지는 확언할 수 없다(하단의 사진 참조). 타레가의 평전이 있으면 한번 읽어 보고 싶다.


타레가의 토레스 기타에 관한 얘기도 나오는데, 왠지 작위적인 듯하여 진위 여부는 확실히 잘 모르겠다. 
토레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문득 다음의 일화가 떠오른다. 재작년에 산타바바라에 있는 유명 기타 딜러의 집에 찾아 갔을 때의 일이다. 나의 동행인이었던 B가 "토레스 기타도 좀 볼 수 있겠냐?"고 그 딜러에게 물었더니 그가 단호하게 대답하기를, "살 거 아니면 보여줄 수 없다."
그런 기타다. 토레스 기타는.


프랭키 프레스토는 태어난 직후 엄마가 흥얼거리는 <라그리마(눈물)>의 선율을 듣게 되는데, 그가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연주하는 곡도 이 곡이다. 울음과 동시에 시작되고 죽음과 함께 이별의 슬픔으로 끝나는 삶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상징적인 적절한 설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거나 이 소설을 읽으니 왠지 라그리마가 연주하고 싶어진다. 레슨하면서 지겹게 쳐대느라고 이제는 그 곡을 십 년간 단 한 번도 연주하지 않더라도, 혹은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이 와도 여전히 연주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 곡을.


<라그리마>에 대한 개인적 기억 :
시인 안도현은 고등학생 시절에 백석 시인의 시를 엄청나게 필사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중학생 시절에 김승옥 작가의 단편 <무진기행>을 한 글자도 빠짐 없이 필사하였다고 한다.
나는 1988년 어느 봄날의 교양과목 강의 시간 도중, 어느 교재의 뒷장에 오선을 그린 후 <라그리마>의 악보를 필사한 적이 있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강의가 무진장 지루하여 따분했거나, 아니면 이 곡을 미치도록 좋아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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