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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리뷰

사랑의 스잔나



권상우, 한가인 주연의 <말죽거리 잔혹사>는 내가 좋아하는 한국영화들 중 하나다. 78년의 말죽거리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는 옛날 노래가 꽤 나오는데, 그중 <Feelings>하고 <One summer night> 은 한국에서 꽤나 오랫동안 사랑받았다고 한다.

신세대인 나는 잘 알 수가 없어서 구세대....아니, 대선배님이신 반곡동 K 모 선배님께 여쭸더니, 두 곡 모두 70년대 한국에서 힛트한 멜로 영화의 주제곡이었고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이 병사한다는 설정의 공통점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그중 <One summer night>은 80년대 후반까지도 꾸준히 인기를 끌어서 당시에 학교를 다녔던 이들 거개가 이 곡을 알았을 정도라는데, 그렇게 유명한 주제곡의 영화가 대체 어떤 영화였냐고 여쭈어 보니 K 모 대선배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어여쁜 홍콩 배우 '진추하'와 한국 배우 '이승룡'이 주연을 맡은 <사랑의 스잔나>라는 제목의 한국/홍콩 합작 영화이고, 1976년에 개봉하였다고 말씀하신다. 홍콩판 제목은 <Chelsia, my love>.



덧붙여 말씀하시기를, 이 영화에는 <Graduation tears(졸업의 눈물)>라는 제목의 멋진 곡도 나오는데, 이 노래 역시 한국에서 대박을 쳤던지라 자신이 고등학교를 졸업했던 1980년대 후반까지도 졸업식 날이 되면 라디오나 까페(기억이 잘 안 나는데, '까페'가 아니라 '다방'이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기도 하다) 등지에서 이 노래가 자주 들려오곤 했단다. 우와...서태지가 누군지 근래에 네이버로 검색해서 비로소 알게 된 나로서는 도무지 상상도 하지 못할 풍경이다.게다가 1976년이라니! 자그만치 40년 전 아닌가. 

대선배님의 말씀을 들은 나는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심히 부적절한 경로를 통해 <사랑의 스잔나>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물론 1970년대 영화니까 신파일 가능성이 클 거고, 고로 졸라 오글거리겠지 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 시작하는데....어라? 생각보다는 심히 오글거리지는 않네? 이 정도면 저 시대 영화 치고는 나름 참을만한 정도로만 느끼한걸? 게다가 중간중간 꽤 괜찮은 장면도 나온다는 생각이 영화 중반까지는 들었더랬다.



영화의 3/4 분량이 지나면 배경이 한국으로 바뀐다(아래 사진에서 1970년대 중반의 광화문 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홍콩 합작 영화이다 보니 홍콩 감독과 한국 감독이 분담해서 연출했을 텐데, 짐작컨대 한국 배경의 씬부터는 한국 감독이 연출한 듯싶다. 어쨌거나 한국 씬부터 영화는 애초의 기대대로 신파 특유의 오글거림이 더욱 증강되는 듯하다가, 눈밭에서의 '나 잡아봐라~'씬에 이르러(아...민망하여라....) 신파의 2부능선을 가뿐히 넘어서더니, 여주인공 '이추하(진추하 분)'의 사망 씬에 이르러서는 오글거림+엉성함+썰렁함의 연출이 절정의 射精을 하게 된다. 아, 눈물 없이 도저히 못보겠다....



그건 그렇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눈을 씻고 쳐다봐도 '스잔나'라는 여자는 나오지 않는다. 여주인공 이름은 '추하(홍콩 발음으로는 Chelsia)'이지 '스잔나'가 아니다. 근데 왜 영화 제목이 <사랑의 스잔나>인 걸까?


한 줄 평 : 네 시작은 그럴듯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쫄망하리라.


그래도 노래는 좋다....


위의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당시의 전자 악기 제작 기술은 장난이 아니어서 기타 연주자가 스트럼을 해도 현악이 흘러나올 정도로 탁월했다고 한다. 믿거나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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