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뒷북.
허진호 감독의 2001년작 <봄날은 간다>를 이제서야 봤다.ㅋㅋㅋ
'산소 같은 여자'를 별로 안 좋아했던지라.
(같은 이유로 <8월의 크리스마스>도 한참 뒤에 봤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들 중에서는 <봄날이 간다>의 확인사살격인 <행복>도 강추다.
일주일 전에 문득 입안에서 자꾸 가사가 씹히는, 반어적인 제목의 노래인 Plaisir d`amour(사랑의 기쁨)를 연주하고 싶어져서 롤랑 다앙 편곡의 악보를 다시 꺼냈다.
며칠 뒤 퇴원길에 무더운 거리를 걷다가 땀을 훔치며 문득 "봄이 갔구나"하고 중얼거렸다.
그래서 뒷북을 치게 된 것일 게다.
잎은 많아도 뿌리는 하나입니다.
내 청춘의 거짓 많던 시절에는
태양 아래에서 잎과 꽃을 흔들었지만
이제는 나도 진실 속에 시들어 갑니다.
ㅡ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