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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리뷰

분더킨트 서점에 가니 이런 소설도 다 있다. 한 천재 피아니스트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 분더킨트란 음악, 문학 등 예술계의 조숙한 신동을 일컫는 말이란다. 자전적 소설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 (버뜨, 재미는 그다지…) 저자 니콜라이 그로츠니의 약력이 특이하다. 네 살 때부터 클래식 피아니스트로 훈련을 받았고, 열 살 때 이탈리아 살레르노에서 열린 콩쿨에서 우승했다. 이후에 재즈와 작곡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의 버클리 음대에 진학했으나, 졸업을 앞두고 티벳과 인도로 떠나 4년 동안 다람살라의 승가대학에서 승려 교육을 받았고, 이후에 미국 브라운 대학에서 문예창작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영화 에서 '아귀'가 남긴 명언이 생각난다. "생각이 많으면 그 인생 고달퍼~" 듣기로는 마음 어딘가가 아픈 사람만이 소설이라는 걸 .. 더보기
말죽거리 잔혹사 한 열 번은 본 것 같은, 유하 감독의 . 유럽이나 북아메리카의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한국영화들 중 1순위는 단연 이 영화다. 군대인지 학교인지 교도소인지 모호한 인권 유린의 이 막장, 학생보다 더 양아치 같은 선생들. "이 영화의 상황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한국은 과거에 진짜 저랬다."고 말하면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인상적인 장면들 중 하나. 사회 수업 시간에 선생이 말한다. "지금(1978년)까지의 우리 헌정사는 대부분 서구 민주주의의 악습이 되풀이되어 왔다. 이에 대한 반성과 자각이 10월 유신의 출발점이다." 이러는 도중 한 학생이 소위 '빨간책'을 보다 선생에게 걸린다(빨간책의 제목은 '마성기와 견질녀'). 책 주인인 학생의 입에 빨간책을 찢어 구겨넣고 쌍 귀싸대기를 날리며 선생이.. 더보기
리틀 포레스트 하시모토 아이 주연의 영화 . 내용은 다음과 같다(스포일러 주의). 20대 초반의 여자가 시골집에서 혼자 농사 짓고 작물을 수확해서 맛있게 요리를 해먹는다. 끝. 네티즌 감상평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도시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의 행복." 하지만 나는 어느 평론가의 말이 더 공감이 간다. "즉각적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먹영화'가 아니라 천천히 식사와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식도락 영화. 그러나 노동의 고단함과 삶의 악취를 제거한 무균실의 포레스트는 판타지 속에 머문다." 이런 삶을 살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았다. 1. 요리하는 데 드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 2. 잡초 뽑는데 진력이 난 사람, 혹은 허리가 부실한 사람. 3. 고독을 소태처럼 쓰다.. 더보기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 에 수록되어 있는 단편 을 나는 두 번을 읽었다. 한 번은 3년 전에 읽었고, 또 한 번은 2014년 4월 16일 이후에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저 가슴이 따뜻해지는 정도의 다소 밋밋한 소설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이 어느 정도 지난 시점에서 다시 읽었을 때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과 중첩되어서인지 너무나 절절히 다가왔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스포일러 주의) 가정주부인 앤은 머잖아 여덟 살이 되는 아들 스코티의 생일을 위해 쇼핑센터에 있는 빵집에서 케이크를 주문한다. 며칠 후 월요일 아침에 케이크를 받으러 잠깐 들르면 될 터였다. 하지만 월요일 오전에 앤은 아들 스코티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너무 놀라서 급히 병원으로 향한다. 중태인 스코티의 .. 더보기
노르웨이의 숲 전세계적으로 1000만 부가 넘게 팔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대박 베스트셀러, . 한국에서는 라는 촌빨 날리는 제목으로 빅히트를 쳤던 작품이다. 20대 시절에 이 책을 읽었을 때의 소감은 '역시 대박이 날 만하게 재미있다'는 것과, '오바질 쩐다'는 일종의 양가감정이었더랬다. 후자의 경우, 나로서는 도시 납득할 수 없는 자살과 성애의 남용이 다소 거북하였더랬는데, 특히 소설 말미의, 자그만치 50곡을 암보하여 연주하는 명 기타리스트 레이코 여사와 와타나베의 뜬금없는 동침 씬은 문화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기괴하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었더랬다. 대체 이 씬의 의미는 대체 뭘까? 아니, 이 씬이 꼭 요구되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러니까 위화감의 정체는 이거다. 스와핑 경력의 호색한, 혹은 색마 와타나.. 더보기
지옥변 Art for art, 즉 ‘예술지상주의’라 불리는 정신의 모토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한마디 말로 정의될 수 있을 거다. “유용(有用)한 것은 추하다.” 이를 뒤집어 말하자면 ‘무용(無用)한 것은 아름답다’는 것인데, 이는 예술이 예술 이외의 그 어떤 대상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의 극단적 표현일 테다. 예컨대 모든 실용예술이나 참여예술은 '불순'하므로 글러먹었다는 것. 다시 말해 예술의 영역에 산업이나 정치나 윤리 같은 예술 이외의 '유용한' 것이 개입되면 ‘꽝’이라는 거고, 따라서 예술은 그 자체로 순수하고 무목적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는 거다.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아님 말고…) 이 예술지상주의를 다룬 소설들 중에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보다 더 강렬하고 막장인 것도 없다. 내용은 대.. 더보기
설국(雪國) "지방의 경계에 있는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雪國)이었다." (※雪國 : '눈의 고장'이라는 뜻) 1968년, 일본에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소설 은 위와 같이 주어가 없는 아주 인상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문득 궁금증이 든다. 라틴어 문화권의 서양에서는 주어 없는 이 문장을 어떻게 번역할까? 명령문과 구어체 문장(Spoken English)이 아닌 위와 같은 문장의 경우 주어가 누락된 번역이 가능할까? (BBK 주가조작 사건의 결정적 증거물이었던 MB의 광운대 강연 동영상 CD를 본 나경원은 "CD에는 ‘BBK를 설립했다’고만 언급돼 있지 ‘내가’ 설립하였다고 돼 있지 않다"는ㅡ한마디로 '주어 없다'는 식의 대단히 창조적인 '쉴드를 쳤던' 바 있다. 서구 언론에.. 더보기
레드 자신의 외모를…아니, 자신의 외모'만' 뻔질나게 SNS에 올리는 여성 분들이 가끔 눈에 띈다. 그중 어필에의 욕망이 특히 강한 분은 은근히 갑빠를 노출시키기도 한다(감사합니다). 현대의학의 쾌거를 공유하고픈 마음이지 싶다. 농담이고, 그게 뭐 그리 잘못 되었다는 건 아니다. 존재감을 과시하고픈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구 중 하나다. 이런 노래도 있지 않은가. "당신은~♪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사랑받는 거나 인정받는 거나 오십보 백보, 엎어치나 매치나, 도찐개찐('도긴개긴'이 바른 말이란다). 다만 외모에 대한 만족감에의 지속불가능성은 쬐끔 걱정이 되기는 한다. 이런 노래도 있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글타. 그대들이 얼굴만 봐도 실소를 금할 길 없는 욕쟁이 할머.. 더보기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저자 마크 롤랜즈 지음 출판사 책세상 | 2014-10-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철학은 추상적이고, 추상적인 것은 난해하다? 매혹적인 SF영화로... 나는 수학이나 과학 분야 관련 도서는 거의 읽지 않는다. 내 뇌용량과 두뇌 회전의 수준을 잘 알기 때문이다(그래도 칼 세이건의 는 언젠가 읽어야겠다고 다짐은 하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철학책을 잘 읽지 않는다. 그나마 2차 문헌이라면 모를까(아니, 사실 2차문헌도 버겁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철학자의 저서는 절대 읽지 않는다. 젊었을 때 폼 잡는다고 을 사서 읽다가 '졸음에 이르는 병'을 얻은 이후로 그렇게 되었다. 오징어인 주제에 자기가 마치 주윤발인양 육체적 후까시는 담배나 이쑤시개로, 정신적 후까시는 교양서로 치장하고픈.. 더보기
모모세, 여기를 봐 반전 있는 이야기. '노보루'라는 이름의 순딩이 대딩이 있다. 벚꽃이 흩날리는 4월, 학교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학생을 짝사랑하기에 이른다. 여학생의 이름은 '모모세'. 접근할 방도가 없어서 고민하던 노보루는 어느날 자신이 적을 둔 동아리의 한 선배가 그녀와 같은 학과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선배의 도움을 받아 모모세와 대면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가끔 만나서 커피나 밥을 사먹는 관계 이상으로 발전하지는 못한다. 자신감을 잃어 실의에 빠진 노보루는 어느날, 모모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른 남자와 만나고 있다는 얘기를 친구 타나베에게 듣지만 별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고는 애써 무시한다. 세월이 흘러 먼 곳으로 이사를 간 노보루는 어느날 예상치 못한 그녀의 방문에 놀란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여전히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