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니 이런 소설도 다 있다. 한 천재 피아니스트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분더킨트>. 분더킨트란 음악, 문학 등 예술계의 조숙한 신동을 일컫는 말이란다. 자전적 소설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
(버뜨, 재미는 그다지…)
저자 니콜라이 그로츠니의 약력이 특이하다. 네 살 때부터 클래식 피아니스트로 훈련을 받았고, 열 살 때 이탈리아 살레르노에서 열린 콩쿨에서 우승했다. 이후에 재즈와 작곡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의 버클리 음대에 진학했으나, 졸업을 앞두고 티벳과 인도로 떠나 4년 동안 다람살라의 승가대학에서 승려 교육을 받았고, 이후에 미국 브라운 대학에서 문예창작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영화 <타짜>에서 '아귀'가 남긴 명언이 생각난다. "생각이 많으면 그 인생 고달퍼~" 듣기로는 마음 어딘가가 아픈 사람만이 소설이라는 걸 쓴다고 한다. 음악만 하고 살기에 이 작가는 현실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꽤나 다사다난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로지 음악만 하기 위한 필요조건들 중 하나가 마음의 평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문득 <장 크리스토프>가 읽고 싶어진다.
"쇼팽을 연주할 때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음악만이, 음악의 환영만이, 음악의 환영이라는 환영만이, 기억된 소리와 주제와 과거를 떠다니다가 다른 주제와 화음으로 모습을 바꾸는 음조의 붓놀림들로 이루어진 흐름만이 있을 뿐이었다.(...) 살아가야 하는, 날마다 흐르는 우둔함과 슬픔과 모욕과 경멸의 급류를 견뎌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건 분명 이 황홀한 상태 속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만약 피아노 음악을 듣는 일이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라면, 콘서트에 참석하는 일이 와인 냄새를 맡는 것이라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는 일이 와인을 마시는 거라면, 그렇다면 나는 마시고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령 같은 세상은 뒤에 버려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