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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리뷰

더 페어

들라크르와라는 이름의 사형수가 전기의자로 처형될 때 큰 사고가 발생한다. 머리에 전류가 통하게 하는 헬멧 같은 것을 씌우기 전에 물에 적신 스폰지를 사형수의 머리에 얹어 놓음으로써 전류의 흐름을 원할하게 하여 사형수가 빠른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관례인데, 사형집행인들 중 한 명인 소시오패스 교도관이 부러 스폰지를 물에 적시지 않은 것이다.

사형이 집행되는 순간, 사형수 들라크르와는 오랜 고통을 받다가 머리에 불이 붙은 채로 사망한다.

영화 <그린마일>의 한 장면이다.

 

영화에서 이 사형수는 나름 순박하게 그려진다. 감방에서 생쥐를 키우며 돌보는 착한 마음도 지니고 있다. 영화에서 이 사형수의 죄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에서는 그의 범행이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방화로 어린이들을 태워 죽인 것이다. 결국 그는 그가 저지른 행위대로 죽게 된다.

 

나는 <그린마일>을 영화로 먼저 봤다. 두 번 정도 본 이후에 소설도 읽었는데, 사형수 들라크르와에 대한 내 감정은 100%의 연민에서 75%의 냉담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다라본트 감독은 그런 이유로 들라크르와의 구체적인 범행을 생략한 것이었으리라.

소설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랬다. '역시 스티븐 킹. 인과응보, 탈리오의 법칙, 응징을 아는 남자이지.' 교내의 집단 이지메에 대한, <캐리>의 엄청난 응징을 보라.

 

영화 관람자로 하여금 악당들에 대한 영화 말미에서의 응징과 보복을 기대하게끔 하지만 결국에는 그러한 기대를 무참하게 저버리는 영화가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주연의 <그랜 토리노>다. 이 영화에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더티해리와는 거리가 멀다.

스티븐 킹은 이 영화에 대해 어떤 소감을 가졌을까? 음. 명작이야. 좋은 영화군. 근데...

이 찜찜한 기분은 대체 뭐지?

혹시 이러지는 않았을까.

 

차이는 있지만 문득 <시계태엽 오렌지>가 연상되는, 탈리오의 법칙을 소재로 한 한국 드라마 <더 페어>.

극중 인권주의자 남성에게 공감을 크게 못하는 것을 보면, 나는 원수를 사랑하긴 틀렸다.

 

https://youtu.be/5Ah1eXdF7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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