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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리뷰

In the Heart of the Sea

 

스플래쉬, 파 앤드 어웨이, 다빈치 코드 등을 연출한 론 하워드 감독의 2015년 작 <In the Heart of the Sea>. 강추.
이하 스포일러 주의.

 

작가 허먼 멜빌은 포경에 관한 자료수집을 위해 과거 포경선 에식스호를 탄 경험이 있었던 니커슨 씨를 방문한다. 니커슨 씨의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멜빌은 그 유명한 <백경(모비딕)>을 탈고한다.
이 영화는 니커슨 씨의 회고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땅에서 기름이 나온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19세기 초반, 인간이 기름을 향유고래에서 취했던 시절에 고래사냥은 막대한 부를 보장해줄 수 있었던 수단이었다. 금수저 낙하산 선장인 폴라드와 흙수저 능력자 일등항해사인 체이스는 투자자들의 막대한 기대를 안고 고래를 잡기 위해 출항하지만, 지나친 포획으로 인해 고래가 보이지 않자 이들은 더 먼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결국 무수한 고래떼를 발견하는데....

 

고래사냥이라는 소재에서 대번에 눈치챌 수 있듯이, 영화의 주제는 역시나 (다소 진부하기는 하지만) 자연에 대한 지배를 신권이라고 정당화하는 인간의 오만과 탐욕에 대한 비판.
대형 괴물 고래에게 호되게 당해 난파되어 무인도에 당도하게 된 선장 폴라드와 일등 항해사 체이스 간의 대화 :

체이스 :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신이 노하신 거죠?
폴라드 : 신을 노하게 한 생명체는 고래 뿐이야.
체이스 : 우리가 아니고요? 탐욕에 눈에 멀어 지금 우리가 어떻게 되었죠?
폴라드 : 우린 신이 창조한 만물의 영장이야...지상의 으로서 신을 대신하여 이 땅을 탐사하고 자연을 정복하지.
체이스 : 이런 일을 겪고도 우리가 왕이라고 생각해요? 우린 아무것도 아니에요. 한낱 티끌일 뿐이죠....

 

창세기 1:26의 말씀은 이렇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이 말씀에 근거하여 철학자 칸트는 이렇게 피력했다고 한다. "동물은....목적에 대한 수단으로서만 존재한다. 그 목적은 인간이다."
서구의 전통적인 사유의 충실한 추종자인 칸트나 폴라드 같은 대부분의 인간들, 특히나 돈이 될 수만 있다면 강물이 녹조라떼가 되든말든 눈 깜짝도 안 할 명박이를 보며 어쩌면 신은 이렇게 한탄하시고 계실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다스리라고 했지, 언제 무자비하게 착취하라고 했냐...

 

 

명장면 :
일엽편주에 의지한 채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폴라드와 체이스는 자신들을 계속 쫒아오는 괴물 고래를 발견한다. 최후의 일전을 벌이기 위해 체이스는 작살을 집어들지만, 폴라드의 명령에도 그는 작살 던지기를 주저한다. 그리고 결국 마음을 접는다.

 

사족 :
이런 걸 지적 허영이라고 하는지, 이상하게도 아직 읽지 못한 주요 문학작품들에 관해서는 심리적 부채감이 있다. 허먼 멜빌의 <백경>을 언제쯤 읽게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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