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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머나먼 해탈

 

길을 가는 도중에 땅에 떨어진 시커먼 물건을 발견했다.
순간적으로 내게 임한 감정은 바로 기대감이었다. 이게 웬 떡이냐.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기대했던 지갑이 아니라 단지 인스턴트 음식을 담은 듯한 용기였을 뿐이다. 가벼운 실망과 동시에 찾아든 현자타임.

내 것이 아닌 것에 기뻐하다니.
불로소득이나 바라다니.
이 모질아...

 

근래 너무도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 <불교는 왜 진실인가ㅡ진화심리학으로 보는 불교의 명상과 깨달음>의 한 구절이 휙~지나간다.

 

"자유란, 판단적이고 감정적인 의미를 사물에 덧붙이지 않을 때 생기는 게 아닐까?"

 

사물, 혹은 지각되는 대상에 감정적인 의미를 부여한 결과 존 윅은 강아지 한 마리의 목숨값으로 119명의 사람 목숨을 거두어 갔고, 나는 남의 지갑을 거두어 갈 뻔했다.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여전히 탐진치 3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삶을, 기독교식으로 말하자면 육신의 법을 따르는 삶을 살고 있다.

해탈과 성화의 삶은 무지개 저 너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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