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아쿠마(별명)를 배웅하기 위해 고속버스 터미널 근방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20대 중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처자가 내게 말을 건다.
"안녕하세요."
본능적으로 심리적 방패를 세우는 도중에 그녀가 말을 잇는다.
"나이에 비해 참 젊게 입으시네요."
한마디를 던졌다.
"용건만 간략히 말씀해 주시죠."
이렇게 물었지만 물론 용건이 뭔지 알고있다.
그 용건에 대한 나의 답변은 이렇다. 물론 나는 사람이 해탈하면 어떻게 삶이 변화하는지 궁금하기는 합니다만 당신에게 그것을 구하고 싶지는 않아요.
나는 도 닦는 것 보다는 차라리 인간관계의 화술에 대해 관심이 더 많다. 예컨대 접근의 멘트로 나이에 비해 젊게 입으신다는 말은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는 것 따위.
젊게 입으려는 게 아니라 그냥 예전의 패션에 변화 없이 습관을 유지하는 것 뿐이다. 어쨌거나 그녀의 말을 뒤집어서 생각하면 이렇게 들린다.
그렇게 입으시기에는 나이가 좀...
이런 얘기를 들은 바 있다. 초로의 나이에 근접한 어느 분께서 느끼기를, 한 젊은이가 버스 안에서 자리를 양보했을 때 그다지 좋은 기분은 못되었다는.
어떤 관점에서 나이듦이란 단순히 세월의 경과라기보다는 타자에 의해 새삼 일깨워진 노화에의 인식에 시퍼런 날이 서게 되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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