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명 깊게 읽은 소설들 중 하나만 추천하라면 아무래도 <남아 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을 추천할 것 같다. 영문학의 거장, 가즈오 이시구로의 1989년도 부커상 수상작이다.
아래는 나찌를 추종하는 어느 명문가 귀족이 두 명의 하녀를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해고한 것에 대해 집사 스티븐스 씨와 동료인 켄튼 양이 언쟁을 벌이는 장면이다.
세월호 유족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 '어버이연합'이나 '엄마부대봉사단' 같은 자칭 보수단체들을 보며 사람들은 '악마를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나 아렌트라면 단지 '생각없음(thoughtless)'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보아도 보지 못하는 맹목', 혹은 무뇌상태.
특정 권력에 기생하는 것으로 존재감을 찾는 자기정체성이 'thoughtless'에 더해져서 탄생한 것이 어버이연합이나 엄마부대봉사단 따위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