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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문장에 대하여

금각사 전경



아주 오래 전에 시니컬한 한 친구에게 예술가의 배고픈 현실에 대해 토로한 적이 있다. 그 때 그 친구가 대답하길,

“야, 돈을 구하고자 하는 인간은 돈만 얻을 수 있는 거고 예술 작품을 구하고자 하는 자는 작품만 얻어지게 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예술을 구하는 주제에 돈까지 바라는 건 좀 욕심 아니냐?”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아마도 예술가들은 묘하게 기분이 나빠지는 걸 느낄 거다. 하지만 같은 내용의 말도 은유를 사용하여 말의 품격을 높이면 느낌은 180도 달라진다.

“삶을 대가로 희생하지 않은 채 예술이라는 월계수에서 잎사귀 하나를, 단 하나의 잎사귀라도 딸 수 있다고 생각하던 것은 잘못이지요.”
                                                          -토마스 만, <토니오 크뢰거> 중에서

“남김없이 미(美)에 감싸이면서, 어떻게 인생에 손을 뻗칠 수 있겠는가? 미의 입장에서도, 나의 단념을 요구할 권리가 있으리라. 한 손으로 영원을 만지며, 다른 한 손으로 인생을 만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중에서


유사한 내용의 말임에도, 우리는 이런 미문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은유의 힘이랄까.

보통 사람의 경우, 은유의 단련은 아마도 연애편지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을 거다. 상투적이지 않고 웃기지 않게 은유를 적절히 배치하여 은근히 구애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당신은 나의 태양..."이러면 웬만한 여자들은 웃는다....

나는 이 은유를 군대에 있을 때 연애편지 대필로써 단련(?)한 적이 있다. 물론 내 연애편지 쓸 때만큼 신경 써서 쓰지는 못했을 거다. 따라서 온갖 닭살 미사여구를 남발했음에 틀림없다.ㅋ

작금엔 연애편지를 메일이 대신하는 통에 은유적 수사를 사용할 일은 아마 없을 것 같다.

1980년대, 혹은 그 이전 시대와 2000년 이후의 시대를 가르는 특징 중 하나는 아마도 낭만주의 멘탈의 붕괴 여부가 아닐까 한다.
확실히 작금은 ‘죽은 시인의 사회’다. 따라서 이런 사회에서는 거기에 어울리는 말을 써야 왕따를 당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배고프닼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짴 배고플땐 피자가 쵝오얗~쥬금~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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