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인 피아노 쌤을 통해 알게된 어느 의사 쌤께서 친구 분을 대동하시고 내 레슨/연습실을 찾아 오셨다. 오시기 전에 이미 친구 분과 술을 조금(사실은 많이) 하셨나보다. 얘기 도중 술 생각이 또 나셨는지 인근 편의점에 가서 맥주 네 캔을 사오셨다.
하지만 네 명이서 컵에 따라 마신 맥주는 고작 한 캔+1/3 캔. 그런데 마시지도 않을 맥주는 왜 다 따놓은 걸까. 두 캔은 가득 차 있다. 그래도 어쩌나. 버릴 수밖에.
개수대 앞에서 잠시 멈칫한다.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 비록 따놓기는 했어도 하나도 안 마신 맥주다.
할 수 없다. 안주인 한치와 함께 그냥 버리기로 한다.
내 뱃속에.
그리하여 가습기의 물 소리만 들려오는 적막한 밤에 뜻밖의 혼술.
꽁술인데 오늘따라 왜 이리 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