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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은둔

 

 

 

바람부는 날에 공원 벤치에 앉아 있으면 나뭇가지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존 케이지나 메시앙이라면 이런 소리도 음악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것에 상관없이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꽤나 상쾌한 소리임에는 분명하다.

집 마당에 몇 그루의 나무가 있지만, 폭풍전야가 아닌 한 이런 소리는 듣기 힘들다. 인접한 건물에 막혀 있어서 통풍이 차단된 탓이다.

나뭇가지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옆집이 멀찍이 떨어져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가능하다면 무인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니면 인적 없는 숲속 오두막에서 호러 소설을 쓰면서 살든가….

 

동화 <무민>의 작가 토베 얀슨 여사나 J.D 샐린저처럼 인간들과 뚝 떨어져 살든지, 아니면 정말로 괜찮은 공동체의 삶을 살든지……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생활은 번잡하거나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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