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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이웃과의 거리

 

 

 

 

밥을 먹고 있는데 열어놓은 주방의 창 너머로 이웃집 노인네의 메마른 기침 소리가 몇차례 들려오더니 곧바로 '카악, 퉤'하는 가래침 뱉는 소리가 이어지고, 그 소리는 내 대뇌의 어딘가에서 노오란 점액질로 표상된다. 순간 씹고 있던 어묵의 질감이…


한번은 식사 도중 식탁 위 반찬들 위로 옆집 노인네의 빗자루질이 불러일으킨 먼지가 창을 통해 한가득 쏟아져 내린 적도 있다.

그런데 가만…하루도 빠지지않고 제 집 마당을 빗자루로 쓸뿐더러, 우리집 살구나무의 잎이 자기 집 마당에 떨어지는 걸 너무나 싫어한 나머지 우리의 허락도 받지않고 나무를 통째로 베어 버릴 정도로 청결에 강박관념이 있는 노인네가 자기 마당에 가래침을 뱉는다?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접한 우리집 벽 쪽에…알 수 없는 일이다.

타인은 지옥.

평생 저렇게 살아왔을 테니 개선에 대한 요구나 기대는 언감생심일 터.
현실적인 문제는 이웃집과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거다. 무난한 관계를 위해서는 적절한 거리가 요구된다.

다만 그 거리를 보장받기에는 한국 땅이 너무 좁다. 혹은, 내게 그만큼의 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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