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꿈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재입대하는 악몽이고 나머지 하나는 학점을 못 따서 졸업을 못하게 되는 악몽이다.
후자의 경우 학점을 못 따게 되는 이유는 두 가지 중 한 가지다. 하나는 수강신청을 해놓고 10월 중순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은 것이고, 또 하나는 그놈의 전공 수업을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거다(꿈속에서 분석, 물리, 유기화학은 늘 공포 그 자체다). 그래서 꿈속에서는 늘상 조바심을 느낀다.
이 두 가지 꿈을 단어로 축약하면 이거다.
태만과 무지.
이 둘은 대개 따라다닌다.
꿈은 현실의 트라우마의 반영임에 틀림이 없다. 그 옛날, 내 2층집 자취방에 찾아온 적이 있는 이라면 벽 한가운데에 붙어있던 A4 용지 안의 글귀를 본 적이 있을 거다. '목표 : 졸업'이라고 쓰여 있는. 학우들의 대개가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그때에 말이다.
학사경고를 두 차례나 받아 4학년 때까지 21학점을 꽉 채워 수강해야만 했던 전공 부적응자의 몸부림이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생물학 전공의 한 동아리 선배가 어느날 내게 "맞아. 너 화학과지? 이리 와서 이거 좀 가르쳐 줘"하는 거다.
3분 뒤, 그분은 오히려 내게 '공유결합'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분이 말씀하셨다.
"쌔꺄, 어떻게 화학과 학생이 공유결합도 몰라?"
그리고는,
"화학과 학생이 생물학과 학생한테 공유결합을 배워서 되겠냐?"
내 말이…
지난 밤에 또 전공 부적응에 관한 꿈을 꾸었다. 이번 꿈은 일종의 변주다. 꿈속에서 현명하게도 나는 전공을 바꾸기로 결심하여 해당 사무실을 찾아간다. 사무실의 한 선배가 친절하게도 내게 문과 쪽으로 유도한다. 여러가지를 생각하다가 국문학과를 선택하기로 한다. 국문학에 대한 순수한 애정 때문은 물론 아니다. 뭐랄까…아마도 공부 못하는 고딩의 국어 과목에 대한 착각과 비슷할 거다. 국어는 영어나 수학과는 달리 '만만한' 한글로 되어 있으니까 공부를 대충해도 된다는 착각.
아니나 다를까, 꿈속에서도 여전히 잿밥에만 관심을 보인다.
'국문학과는 그래도 화학과보다는 물이 좋겠지.'
하아…
아무래도 키덜트의 악몽은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