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많은 것이 세 가지 있다. 기타와 개, 그리고 거미다.
지나다니는 곳과 잠자는 곳을 제외한 장소에 있는 거미집은 구태여 제거하지 않고 그냥 둔다. 징그럽기는 하지만 이 그로테스크한 생물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덤으로 파리나 모기도 잡아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1층에 있는 작업실(연습실)로 향하는 도중에 거미 소굴인 마당 모퉁이 나무의 잎들 사이로 한 줄기 빛을 중심으로 빛의 파편들이 거미줄을 비추고 있는 걸 발견한 순간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거미줄에 미감이 발동하다니, 다소 변태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