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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운명



고대 로마의 무수한 깡패/변태 황제들의 계보에서 이탈한 5현제들 중에서 가장 빛났던 철학자 황제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이 세계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조화와 융화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 우주가 모든 개체들이 모이고 조화하여 하나의 현존하는 완성체가 되어 있듯이, 현존하는 모든 원인들로부터 필연, 즉 운명이라고 하는 하나의 커다란 원인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무지한 사람들이라도 내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한다. 즉 그들 역시 '이러이러한 이들에게 이러이러한 일이 닥치는 것은 필연(운명)이다. 그것이 그에게 약속되어 있었던 것이다.(...)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그것이 설령 불쾌하고 못마땅하게 여겨지더라도 감수하도록 하라. 왜냐 하면 그것들은 바로 우주의 건강과 제우스의 번영과 행복에로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솔직히 뭔 얘기인지 모르겠다. 아니, 와 닿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지천명 하기에는 아직 젊은 탓일까.
비슷한 의미의 말을, 조국으로부터 추방 당했던 프랑스의 한 철학자도 얘기한 바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인간의 사악함의 산물로밖에 생각해 보지 않았던 그 소행을 인간의 이성으로서는 헤아릴 수 없는 하늘의 한 비밀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생각은 나에게 잔혹한 것도 고통스러운 것도 아니며,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고 마음을 가라앉혀 주며, 또 쉽사리 체념의 경지로 이끌어 주었다.(....) 신은 정당하다. 신은 내가 괴로워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니까 원래 신의 뜻에 의해 정해진 주위의 인간들의 항변과 내 운명을 일체 신에게 내맡기자."

그는 이러한 체념을 '이기적인 근원에서 솟아난(그러나 '완전한 존재'를 향한 갈망의) 것'이라 했다. 어디서 솟아났든지간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손에 쥘 자신이 없더라도 이렇게 '체념의 경지'에 오르려고 애쓰자. 그러면 정신의 건강에 좋을 것이다. 그러면 혹시 알겠는가. 저 프랑스 철학자처럼 "불평하지 말고 인내하는 것을 배우자. 결국 모든 일이 질서를 회복하게 될 테니..."하고 낙관할 수 있는 경지(혹자의 관점에서는 '경지'가 아니라 '지경')에 오르게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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