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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허무



요즘 맥북을 쓰고 있는데 한글 입력에 문제가 생겨 꽤나 성가시다.
열심히 뭔가를 쓰고 있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 화면을 바라보면,


ㅟ나 ㄹㄱ ㅡㄹ ㅜㅗㅏㄴㄴ ㅕㅣㅡㄹ


요 따위로 입력되어 있는 거다. 키보드가 잘 안 먹는 게 아니라 한글 입력 자체가 잘 안된다. 예컨대 '허무'를 쓰려고 자판을 치면 'ㅎ'을 치고 난 다음 'ㅓ'를 입력하는 순간 'ㅎ'이 사라져 버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무언가를 생성하는 순간, 사라져 버리는 이전의 생성물들. 순간 이런 생각이 퍼뜩 든다. 
'내 인생하고 비슷하구나...'
인생이 모래알을 움켜 쥔 손아귀 같다.
남은 게 없다.


아니, 있기는 있다. 


ㅟ나 ㄹㄱ ㅡㄹ ㅜㅗㅏㄴㄴ ㅕㅣㅡㄹ


뭐, 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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