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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뻥카드

뷔페집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게시 글 :


음식을 남기시면 1000원(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사용됩니다).


실제로 한정된 금액으로 무한정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인지 과도하게 퍼다가 결국 남기는 이들이 적지 않으니까 뷔페집 입장에서는 당연한 처사다.

다만 이런 의구심은 든다. 진짜 저렇게 걷은 돈을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쓸까? 아마도 현실은 그렇게 쓰이는지의 여부 이전에 음식을 남겼을 경우 1000원을 요구하는 일조차도 없을 테다. 말로 직접 1000원을 요구하는 일은 대면상 꺼림칙하니까. 그래서 말 대신 게시글을 이용하는 거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면하여 말로 직접 요구하지 않는 한, 실제로 받아내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니 결국 1000원을 받겠다는 게시물은 단지 음식 낭비(고로 돈 낭비)를 억제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고,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겠다는 것은 1000원을 요구함으로 인해 손님이 느낄 가게측의 야박함을 상쇄하기 위한 명분일 뿐, 어느 쪽이든 소위 '뻥카드'인 셈이다.

살다 보면 진실과는 거리가 먼 이런 '뻥카드'도 필요할 때가 있기는 하다. '구라'가 가져오는 실익이라는 건 분명 존재하니까. 다만 그 '뻥카드'의 용도로 불우이웃이라는 패를 써먹는 건 어딘가 고약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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