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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그런 상상력(?)




반곡동 K 모 씨가 준 고구마 두 박스 중 일부를 삶는 도중에 심심하여 TV를 트니까 tvN에서 <응답하라 1998>의 '0회'를 하고 있다. 일종의 예고 방송인데, 도중에 잠깐 88년 당시의 동네 아주머니 세 분이서 고구마를 까먹는 장면이 나온다. 한 아줌마가 왕따시만한 고구마를 한 개 들고 음흉한 시선으로 쳐다보며 말한다. "와~참 좋네...(ㅎㅎㅎ)" 
이 장면을 보니 어둠 저편에 묻혔던 기억의 편린 하나가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초딩이 때의 어느 날, 우리집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서너 분 정도 놀러오셨다. 그분들과 함께 고구마를 까먹다가 문득 장난끼가 발동한다. 적당한(?) 사이즈의 고구마를 하나 집어든 후, 뒤돌아서서 몰래 살짝 내린 남대문 사이에 그것을 살짝 끼워 넣은 다음 다시 뒤돌아 서며,
짠~!

경악스러워 하시던 마더ㄹ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태연하게 자ㅈ....아니 고구마를 남대문에서 쓱 꺼내어 입속에 쏙 넣었을 때 아주머니들의 자지러지던 모습 또한.


<응답하라 1988>의 그 장면을 보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인간의 상상력은 거개가 그런 쪽(?)으로는 비슷하다. 예컨대 벨벳언더그라운드의 음반 자켓 그림으로 (시뻘건) 바나나를 (그려넣었다가 심의에 걸려 노란색으로 고쳐) 그린 앤디 워홀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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