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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메모

판단 주체



기타 앰프를 팔려고 뮬의 중고장터에 내놓았다. 전화 받기 귀찮아서 살 의향이 있으시면 문자 메시지로 연락달라고 당부를 했건만 꼭 전화를 하는 이들이 있다. 

뭐 궁금한 바가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이트나 블로그 등을 검색해서 해당 제품에 대한 넘치는 여러 전문가적 식견을 참고하는 게 더 객관적이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이런저런 질문을 받으면 꽤 성가시다. 더군다나 "이거 소리 좋아요?"하는 질문을 받으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럼 파는 사람 입장에서 "아니오, 이거 소리 졸라 후져요."라고 말할까? 아니, 그 전에 '소리가 좋음'의 기준은 대체 뭘까? 내 260만 원짜리 펜더 기타는 소리가 좋을까, 나쁠까? 30만 원짜리 기타 유저에게는 너무나 좋고, 2천만 원짜리 59년산 펜더 유저에게는 쓰레기일 뿐일 텐데. 어쩌면 이런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계산이 깔려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소리가 좋다고 해서 먼 길을 달려왔건만, 직접 들어보니 별로구만. 속은 셈 치고...그냥 가격만 조금 깍읍시다."

어쨌거나 솔직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냥 80만 원짜리 소리가 나는데요, 펜더 진공관 앰프보다는 소리가 좀 멍~한 것이 좀 후져요. 소리가 궁금하시면 근처 매장에 가서 소리를 확인해 보세요."
이 얘기를 간단히 줄이면 이렇다. "판단 주체는 당신입니다."


몇년 전에는 모 사이트에서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하는 걸 봤다. "기타 케이스를 사려는데요, 빨간색이 좋을까요, 노란색이 좋을까요?" 중딩이 시절, 어떤 급우의 질문이 떠오른다. "첫날밤에 정상위로 할까, 후배위로 할까?"

걍 너 꼴리는대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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