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안개스키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보면, 늑대의 외관과 덩치만 보고 무서워하는 사람들과 종종 맞닥뜨리게 된다. 하여 그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종종 인적이 드문 장소들을 찾아가곤 한다. 동네의 작은 공원들 중 어떤 곳들은 사람이 거의 없어 한산할 때가 많다.
간혹 그런 곳에서 고딩 커플을 발견하게 되는데 아마도 그들이 그런 장소를 찾은 이유는 아마도 뭇 사람들을 피한다는 점에서 나와 유사하겠지만 그 목적은 다르다는 점에서 동상이몽이라고 할만하다. 아니나 다를까, 멀찍이서 바라보니 장소가 장소인지라 그 커플은 탈의 아닌 착의의 에로물을 찍고 있다. 인적 없는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새삼 격세지감을 느낀다. 엊그제 같았던 나의 학창시절에는, 여자란 그저 잡지책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존재 아니었나.
시베리안개스키와 함께 그들 근처를 서성이자 그들도 촬영을 잠시 멈춘다. 역시 동방예의지국의 청소년들이다. 순간 그들 앞에 가서 남학생에게 "나는 XX고등학교 윤리 선생인데, 너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봐"라고 명하고픈, 꽤나 심술궂은 욕망이 인다. 무엇보다 새벽종이 울리면 벽이라도 뚫을 것 같은 나이 아닌가.
어쩌면 부모님이 여행이라도 가지 않는 한, 한 달 용돈 5만 원을 하룻밤에 다 써버리고 말는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여자의 존재를 잡지책으로만 감지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들 시절이야말로 진정 헬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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