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괴롭히는, 특정의 반복되는 꿈들이 있다. 하나는 군대에 재입대하는 꿈이고, 또 하나는 대학 4학년의 마지막 학기인데 10월 중순이 되도록 어느 과목의 강의에 단 한번도 출석하지 않아 미달 학점으로 졸업을 못하게 될까봐 안절부절하는 꿈이다.
외견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두 꿈에는 공통점이 있다. 어느 폐쇄된 세계에 머물게 되는 상황에의 불안감을 반영한다는 거다. 벨라 바르톡의 (다소 듣기에 괴로운) 피아노곡 제목을 빗대어 말하자면, 전자는 폐쇄된 세계의 문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에 대한 불안을, 후자는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함으로 인한 불안을 드러낸다고나 할까.
후자의 꿈이 더 자주 반복되는 것으로 보아 아직까지 'Out of Doors'는 희망사항으로만 남아있나 보다.
지난 밤에 나를 괴롭히는 색다른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잠시 후에 무대에 올라 독주회를 해야하는 상황을 맞았다. 그런데 어떡하나. 준비되어 있는 곡이 하나도 없다. 소위 '연주회용 레퍼토리'는 연습 안한지 2~3년도 더 지나 건질 수 있는 곡이 단 하나도 없다. 그래서 초견으로 대충 연주할 수 있는 곡들로 연주회를 채우려고 하지만, '어떻게 이런 수준의 곡들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단 말인가'하는 생각에 난감해 한다. 다행한 일은 무대에서 개망신을 당하기 직전에 잠에서 깨어났다는 거다.
잠에서 깨어남 ㅡ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문'이라면 나는 문 안으로 들어온 것인가, 아니면 문 밖으로 나간 것인가?
소위 '직업 연주가'가 되는 건 예전에 포기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런 내게 이 꿈은 적합하지 않다. 다만 다음과 같은 막연한 생각은 든다. 두 개의 세계가 있다. 하나는 욕망에 기반한 도전과 성취의 동적인 세계이고, 또 하나는 '덧없음'의 깨달음에 기반한 무사무욕, 무성취의 정적인 세계다.
대체 '문 밖'이란 어느 쪽일까?
물과 기름의 일도양단식 분별이 애초의 오류였을까?
결국 인간은 어느 쪽이든 할 수'밖에(out of)' 없을 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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